[기업탐구] 2024년 코스피 상승률 1위 HD현대일렉트릭…365% 초고압 변압기 불기둥

입력 2025-01-06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HD현대일렉트릭은 작년 한 해 364.72% 올라 코스피 시장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삼양식품(254.17%)과 100%p(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코스피 전체 946개 종목 평균 상승률(-6.81%)과 비교해도 한참 차이 난다. 지난해 초 주가는 10만 원도 안 됐지만, 마지막 거래일 3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린 건 수익성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3년간 국내 전력기기업체 중 가장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특별한 일회성 요인 없이도, 주력시장인 북미와 중동 시장의 매출 비중이 늘려가며 매 분기 이익 성장이 동반됐고, 호실적은 다시 시장의 이익전망 상향을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정립됐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절대 ‘주가’는 오르더라도 경쟁사들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 선순환이 지속된 것”이라며 “업종 내에서도 우수한 사업구조가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전력기기에서 수급이 빠듯한 초고압 변압기가 주력이라는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

지난해 1,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거뒀다. 특히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257%, 직전 1분기보다 6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2.9%로 2017년 상장 후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8월 HD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용등급 상향과 동시에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을 부여했다. 한신평은 “공급자 우위 시장 형성으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 확대, 높아진 수주이익률, 동사의 사업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중중기적인 외형 확대가 예상된다”라 평가했다.

2017년 5월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독립해 인적분할하면서 탄생했다. 전력전기 전문기업이던 HD현대일렉트릭은 주력 포트폴리오로 조선(현대중공업)과 정유(HD현대오일뱅크)에 힘쓰던 현대그룹에서 눈에 띄지 못했다.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22년 4월 신재생에너지용 전력변환기기 강소기업인 HD현대플라스포를 인수해 전력변환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면서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6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 14조4200억 원까지 불어났다. HD현대일렉트릭의 제품들은 크게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 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전동기를 포함한 회전기기 등으로 구분된다. 내수 의존도가 낮고 북미시장의 매출 비중이 높다.

북미지역의 매출 비중은 앞으로도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지역은 변압기 초과 수요를 겪으며 수주 단가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3분기 기준 전체 수주잔고 내 북미 지역 비중은 60%로 추정되며, 북미 지역의 매출비중은 36% 수준이다. 수익성 높은 북미 지역의 매출 비중이 상승하면서 앞으로도 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인공지능(AI) 붐으로 변압기 수요가 급증한 점이 주가 급등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이 맞물리면서 유럽, 중동 지역에서도 수주 단가는 상승세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을 전력기기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증설에도 불구하고 북미의 변압기 수급 불균형 해소는 어려운 상황으로 미국에서 태양광,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의 투자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가에 리스크(위험요인)으로 중국의 반덤핑 관세와 원재료인 구리 가격 상승 등이 지목된다. 그러나 구리 가격 상승이 곧바로 손익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구리 가격이 상승하기 전 미리 확보한 물량과 1차 협력사를 통해 납품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내 유사한 경쟁사와 대비해도 수익성은 월등하다는 평가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릿값이 이익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매출은 가이던스(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들과 제품과 매출 구성 등 수익성 격차는 물론 수주전략과 원가관리 등 정성평가 부분에서도 앞서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는 오히려 물리적 설비의 격차보다 좁히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HD현대일렉트릭이 누리고 있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