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억' 투입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한다

입력 2024-09-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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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운 프로젝트 개장을 하루 앞둔 2017년 9월 18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새롭게 설치된 세운∼대림상가 사이 공중보행교를 걷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의 대표사업이었던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주변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지만 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오히려 지상 보행에 불편을 끼친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중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등에 관한 주민 공청회를 실시한다. 공청회는 이달 말경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의 데크 상·하부를 정비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약 1km 보행교다. 상가를 연계해 일대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6~2022년 총 1109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사업이 마무리된 지 3년도 안 돼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이용률이 예상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 오히려 불편함을 키운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보행예측량(10만5440건)의 11%에 불과하다. 지상 보행량은 공중보행로 설치 전 3만8697건에서 설치 후 2만3131건으로 40.2%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총 사업비 1109억 원을 투입하고도 사업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및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공중보행로가 햇빛을 차단하고 구조물로 인해 지상부 보행 폭이 좁아져 보행 환경을 악화했다는 점 등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재생사업은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시민 호응이 높지 않고 주변 재개발로 철거되는 곳이 있다 보니 그 효과가 미진해 이용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며 "민원과 불편 사항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우선 전체 구간 중 삼풍상가와 PJ호텔 구간 공중보행로를 철거할 계획이다. 건물과 분리된 곳이라 철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철거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가와 연결된 곳은 보행로만 철거하기 어려워서 상가 공원화 사업을 하면서 진행할 계획이고 먼저 개선이 가능한 부분부터 철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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