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신약 ‘트로델비’, 도입 1년 넘었지만 급여화 하세월

입력 2024-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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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길리어드에 ‘약가인하 등 재정분담안’ 요구…속 타는 환자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삼중음성유방암 신약 ‘트로델비’. (사진제공=길리어드사이언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국내 도입된 지 1년 넘게 ‘그림의 떡’으로 남아있다.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높은 가격이 환자들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재심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트로델비의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이에 조만간 급여권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였지만, 9개월가량 제자리걸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는 지난해 5월 이뤄져, 1년이 넘게 비급여 의약품으로 남아있다.

트로델비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해당 분야 치료제 가운데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전체 환자군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제외하고 트로델비가 유일하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유방암 가운데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유형으로 꼽힌다. 환자에게서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 등이 모두 발견되지 않아 치료제 옵션이 제한적이고 전이와 재발 위험도 크다. 트로델비에 대한 유방암 환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트로델비는 임상 3상 ‘ASCENT 연구’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우수성을 입증했다. 뇌 전이가 없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6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1.7개월과 비교해 3.9개월(59%) 개선했다. 전체생존기간 역시 12.1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6.7개월 대비 52% 연장해 1년을 넘기는 성과를 보였다.

그간 환자들은 정부에 지속적으로 트로델비 급여화를 요청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 각각 진행한 국민동의청원은 총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청원도 폐기됐다. 이후 5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 트로델비를 비롯해 환자 요구도가 높은 치료제의 급여화를 신속히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트로델비 급여화 시점은 더욱 밀려났다. 심평원은 제약사로부터 약가 인하 등 추가적인 재정분담안이 제출되는 경우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더욱 낮은 약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급여로 트로델비를 사용할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1600만 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약제비 부담으로 투약을 단념하거나, 임상시험 기회를 얻기 위해 전원을 고려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삼중음성유방암 영역에서 트로델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며, 환자들도 트로델비의 조속한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다”라며 “트로델비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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