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무색한 코인 실사 보고서…사업자 마다 제각각

입력 2024-07-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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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마다 다른 공개 기준…투자자 혼란 야기
일부 사업자 실사 보고서 공개 돌연 중단하기도
회계 감사 수수료만 수억 원…사업자 부담 측면도 있어

▲비트코인 (연합뉴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가 공개하고 있는 실사 보고서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 기준이나 내용 등이 법으로 강제되지 않아 사업자 임의대로 공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자산 실사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고객 예치금, 가상자산 보유량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22년 FTX 사태와 지난해 가상자산 예치업체 출금 중단 등 가상자산 사업자가 관리하는 고객 자금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실사 보고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원화 거래소 중에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분기별로 혹은 상시로 가상자산 보유량을 공개하고 있다. 업비트와 코인원은 가상자산별 고객 예치수량 대비 거래소 보유량 비율을 공시하고 있으며, 빗썸은 전체 고객 가상자산 보유금액 대비 거래소 예금 잔액 비율을 공개하고 있다. 원화 거래소 중에는 고팍스만이 고객 예치 수량 대비 거래소 보유량 실사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실사 보고서를 내고 있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도 고객 예치 수량 대비 회사보유 비율을 공시할 뿐 구체적인 숫자는 알리지 않고 있다. 코빗이 가상자산사업자 중 유일하게 고객 예치 수량과 거래소 보유 수량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보유량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이 실시간으로 조회되지 않는 이상 실사 보고서가 신뢰도를 가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시점에만 자산을 다른 곳에서 가져올 여지가 있다”며 “대부분 사업자가 공개하는 보고서 형식은 객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 중에는 실사 보고서를 공개해오다가 돌연 중단한 곳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실사 보고서 작성이 법으로 강제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별다른 공지 없이 공개를 중단하면 오히려 투자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은 지난해 1분기까지는 자산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고객예치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이 100%라고 발표해왔다. 다만, 지닥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가 구매한 위믹스를 출금해주지 않았다. 이에 지닥이 실제로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예치된 자산의 목적이나 채권 채무 관계 등도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자산 실사 보고서의 원래 취지도 충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에 실사 보고서 의뢰를 하고 작성하는 데에만 수억 원이 들기 때문에 매출이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 특성상 매번 공시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검사 주체인 회계법인도 고객인 사업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수밖에 없어 객관성도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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