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호주 ‘실물화폐’...5대 은행 현금 인출 서비스 ‘중단’

입력 2024-06-03 13:44수정 2024-06-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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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현금 이용자 수 급격히 감소
호주 최대 현금 운송업체 경영난 직면

▲각종 호주 화폐. 캔버라/AP뉴시스
세계 최대 ‘카드결제국’ 호주의 실물화폐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년 간 호주 내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현금 운송업체마저 사업 지속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호주 최대 현금 운송업체인 린폭스아마가드의 임시 재정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호주의 결제 수단 7%를 차지하는 지폐와 동전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린폭스아마가드는 호주 시장에서 약 90%의 현금을 운송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사용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현금 결제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업 운영이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아마가드는 “사업 유지를 위해선 향후 3년간 1억9000만 달러(약 2617억250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호주 결제 수단 별 이용율 추이. 검정색 그래프가 현금 이용율. 출처 블룸버그

호주에선 2007년 이후 현금 결제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지폐 사용을 줄이고 있다”며 “결제 시스템 중단과 자연재해 등의 안전장치로 전자 결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은행협회(ABA)에 따르면 현금은 결제의 약 13%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2007년 이후 57% 감소한 정도다. 대신, 호주의 모바일 결제액은 2018년 7억4600만 호주 달러에서, 2022년 930억 호주 달러로 1만2000% 이상 급증했다.

현금 거래의 중심인 은행 점포도 줄어들고 있다. 호주 SBS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의 은행 점포는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37% 감소했으며, 현금인출기(ATM)는 1만3814개에서 5693개로 줄었다. 지난해 호주 5위 은행 맥쿼리그룹은 현금 인출 서비스를 중단했다.

호주 실물화폐의 소멸 위기 원인 중 하나로 도시 외곽에 집중된 은행도 꼽힌다. 현재 호주 은행 지점의 44%가 주요 도시 외곽에 있다. 블룸버그는 현금 사용률은 줄어드는데, 현금 운송 비용이 증가하면서 운송업체 사업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실물화폐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화폐 소멸로 이어진다는 게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다만, 호주 인구의 약 7%는 여전히 ‘현금 사용자’로 남아있다. 블룸버그는 실물 화폐가 사라지면 노인, 외곽 지역 거주자 등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BA는 성명에서 “지역사회가 현금에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현금 서비스 지속을 약속했다.

맥쿼리대학교의 한 인류학 교수는 “지금이 호주의 실물화폐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호주가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의회는 이번 달 의회에서 모든 호주인의 현금 및 금융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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