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팔고 새내기 담고…실망감에 연기금 '팔자'

입력 2024-05-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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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매수세 끊고 5월 9834억 매도
자동차·금융 던져…HD현대마린 '픽'
"세제 기대 하회" vs "중장기 밝아"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이어가던 연기금이 최근 매도세로 전환했다.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와 반도체주를 대거 팔고 증시에 갓 데뷔한 종목들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1일부터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83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2월(2581억 원) △3월(2494억 원) △4월(7030억 원) 등 매수 행렬을 지속하다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연기금이 가장 많은 물량을 던진 종목은 삼성전자로, 이달 들어 5018억 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대장주로 묶이는 SK하이닉스도 708억 원어치 정리하며 순매도 상위 2위에 올랐다.

대표적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히는 자동차주 기아, 현대차도 각각 432억 원, 212억 원어치 매도했다. 메리츠금융지주(245억 원), KB금융(203억 원), 우리금융지주(93억 원) 등 밸류업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금융주도 매도 목록에 포함됐다.

같은 기간 연기금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코스피 시장 새내기 종목인 HD현대마린솔루션(1703억 원), 에이피알(505억 원) 등이 이름을 걸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함께 HD현대그룹의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도 582억 원어치 사들였다.

LG이노텍(482억 원)과 엔씨소프트(366억 원)와 같은 낙폭과대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LG이노텍과 엔씨소프트는 22.9%, 29.15%씩 떨어진 바 있다. 이후 이들 종목은 주가 회복세에 접어들며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28.46%, 26.17% 상승했다.

2일 발표된 2차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관련 업계 평가에 밸류업 관련주와 증시 주도주를 향한 연기금 반응이 미적지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할 수준의 세제 혜택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감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어느 정도 구체화한 가운데 세제 인센티브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연초와 같은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저PBR주에 대한 기관, 개인의 매도세는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단기적으로 매도 재료로 인식할 수 있지만, 향후 나올 추가 정책에 따라 시차를 두고 밸류업 효과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장기 관점에서 정책 시행 정당성을 갖고 있다”며 “주주환원 제고 및 법안을 통한 지원 체계 마련은 세부 전략 중 하나일 뿐 목적 자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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