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 드라마를 넘어 '책'으로 이어지는 한류
1일(현지시간)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주빈국관에서 만난 웨즈 단 씨는 "어떤 K컬처를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999년에 샤르자에서 태어난 그는 "두바이, 샤르자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 한국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며 "유재하의 팬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내 취향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가장 좋아한다"며 K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아이돌 그룹보다는 잔잔한 선율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단 씨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우연히 유재하의 노래가 떠서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잔나비, 심규선의 노래도 좋아한다. 너무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단 씨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마동석, 김민귀, 이홍내 등이다. 단 씨는 "상남자 스타일을 좋아한다. 마동석은 거칠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다 봤는데, 영화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한 단 씨는 이번 도서전에서 그림책 작가 경혜원, 김상근, 박현민 작가의 북토크 통역을 맡았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그는 김상근 작가의 책 '두더지의 고민'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두더지의 고민'은 걱정이 많은 두더지의 일상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정식 출간 전 2014년 볼로냐 도서전에 소개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당시 많은 해외 출판사의 관심을 받으며 독일, 캐나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성과를 이뤘다.
압두르 하만 씨는 5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서 'Why?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그는 "어려운 내용을 만화의 형태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의 방향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랍에는 이런 도서가 없다. 주로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고 있다. 현재 샤르자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하만 씨에 따르면, 아랍어로 번역ㆍ출간되고 있는 'Why? 시리즈'는 지난달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북페어에서 하루 만에 600세트가 팔렸다. 한국 누적 판매 부수 8000만 부 이상을 자랑하는 'Why? 시리즈'는 세계 50여 개의 나라에 저작권을 수출한 대표적인 '한류 도서'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조아라 작가의 '로켓보이'를 만날 수 있었다. 전쟁 속에서도 꿈을 키워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글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알라지아 할리파 씨는 이 책을 2019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북콘퍼런스에서 처음 접했다. 그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잃지 않는 인물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무척 흥미로웠다"며 "한국전쟁의 역사를 알고 책을 보니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도서전 개막식 직후 한국 기자들을 만난 샤르자 도서청장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는 "상호 주빈국 초청은 일시적인 관계로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고,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샤르자출판도시(SPC)에 등록된 회사는 8000여 개"라며 "샤르자가 중동 지역에 출판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세금이 없어서 외국 출판사 역시 100% 오너십을 갖고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 청장은 "최근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해 (샤르자인들도) 많은 관심이 있다"며 "(이번 도서전은) 단순히 책 교류가 아니라 책을 통해 아랍과 한국이 서로의 노래, 음식, 언어를 배우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도서전에는 105개 나라가 참가해 2000개가 넘는 부스를 차렸다"며 "평균적으로 매년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앞으로 한국 출판 관계자들이 샤르자에 많이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