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DGB회장 연령제한 변경, 시합 도중에 룰 바꾸는 것"

입력 2023-10-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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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DGB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해 '나이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축구를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DGB의 노력을 보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령 제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지 셀프연임은 오해일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DGB금융은 지난달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김 회장이 3연임을 하기 위해선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바꿔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현재 만 67세인 연령 규정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 15조(이사의 임기)에 따르면 '회장은 만 67세가 초과되면 선임 또는 재선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태오 회장은 1954년생으로 만 68세로,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말에는 만 69세다.

이복현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대해 "나이 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판단이자 3연임이 아닌 4연임도 할 수 있다"면서도 "연임하는 후보자가 새 후보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훌륭한 후보자가 있더라도 합리적인 경쟁에 문제가 있진 않냐는 의식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회장이 처음 선임될 때와 달리 연임, 3연임을 할 때는 이사회와의 친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연임 후보자에 대한 기준을 더 높이는 등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KB금융그룹이 새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후보를 먼저 선정한 후 회장 선출을 위한 평가 기준을 만들었는데, 특정 인물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이 짜여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KB금융지주가 승계 절차 과정에 있어 다른 비교 대상보다 잘하려 노력한 건 맞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그 정도면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선임 절차에 필요한 기관과 평가 기준, 방식을 정할 때 대상을 확정한 이후 평가 기준을 정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래 평가 기준과 방식을 공론화한 뒤 후보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후보군을 먼저 정한 다음에 평가의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는 것 자체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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