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밤샘 작업에도 도전 갈망”...누리호 성공 주역들의 노고

입력 2023-05-25 23:42수정 2023-05-2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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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누리호가 25일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우리나라가 7대 우주강국 반열에 올랐지만 이번 3차 발사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누리호 3차 발사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연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의 역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를 포함해 37만개의 부품을 만든 약 300여개의 국내 기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37만개에 달하는 부품들이 차질없이 작동해야 했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발사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2차 발사를 성공했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6시간여 앞두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 방문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태석 제1차관은 긴장한 표정으로 “저번에 성공했다고 다음번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누리호 연구진들 중 일부는 굉음과 불꽃과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풀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3차 발사는 통신 문제가 발생하면서 당초 예정된 24일보다 하루 연기된 25일 진행됐다. 발사 예정시간을 약 3시간 남기고 발사대의 헬륨 저장 탱크와 지상 통신 장비에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밸브 자체의 하드웨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수동으로 작동이 가능했지만 발사 10분 전부터 실시되는 발사자동운용(PLC) 모드에서 문제가 포착되면 시스템에 의해 발사 절차가 자동 중단된다. 이에 사전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연료와 산화제 충전 작업으로 넘어가지 않고 발사를 취소한 것이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항우연 연구원들은 PLC 제어 프로그램의 로직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작업 완료 후에도 새벽 5시까지 15시간의 밤샘 작업을 거친 끝에 점검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들은 6번의 반복 시험을 수행한 끝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발사 예비일은 이달 31일까지로 약 일주일 간 여유가 있었지만 오는 29일 비 소식을 시작으로 여름철 장마와 태풍 소식을 감안했을 때 상당 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왔다. 이번 3차 발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25일 발사를 성공시키겠다는 항우연 연구원들의 희생과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리호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전 브리핑에서  “(전날부터 새벽 5시까지 14시간) 계속 작업하다 보니 피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구진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하면 빨리 (발사를) 도전하고 싶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항우연 연구진들의 노력 끝에 누리호은 이날 18여분 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한 1,2차 발사와 다르게 3차 발사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체가 제작한 실용급 위성이 탑재되면서 항우연 연구진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첫 고객인 위성을 목적지인 우주까지 배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제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3차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손님을 모시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실패라도 하게 되면 위성을 힘들게 개발한 개발자들까지 힘들게 되니까 굉장히 불안하고 부담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항우연의 걱정과는 다르게 첫 배송을 받아본 고객의 소감은‘대만족’이었다. 한재영 카이스트 인공위성 연구소장은 “그동안은 해외 발사에 의존했는데 해외에서 발사할 때는 위성을 보내는 과정부터 준비할 게 많지만 이번엔 우리나라, 우리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이전에 비해 순탄했다”며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책임진 박사는 그동안 어렵게 이코노미를 타다가 퍼스트클래스를 탄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자체 기술이 없어 눈치를 보며 러시아나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우리 위성을 태워 보내는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설움을 보상 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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