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음료의 반란…‘메론소다’에 울고 웃는 사람들 [요즘, 이거]

입력 2023-05-16 16: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녹색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진 색이라는 점을 말이죠. 흔히들 녹색은 채소를 연상시키는데요. 채소는 대부분 그렇듯 맛이 없죠. 그 녹색이 기분을 가라앉히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 설명을 뒤엎는 ‘녹색 음료’가 등장했습니다.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메론소다’입니다.

메론소다는 일본 인기 메뉴이자 고유 음료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소다 향에 멜론 향을 첨가한 어찌 보면 간단한 탄산음료죠. 진한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따지자면 사이다 정도의 흔한 음료인데요. 식당, 자판기, 노래방 등 다양한 곳에서 판매되고 있죠. 이 메론소다는 카페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카페에선 단순 음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막대 과자, 체리를 추가한 ‘예쁜’ 크림 메론소다로 마주치곤 하죠.

일본 애니메이션인 ‘짱구는 못말려’를 봐도 짱구가 친구들과 음식점이나 카페에 방문하게 되면 으레 등장하는 음료가 바로 이 메론소다인데요. “짱구가 먹는 녹색 음료가 뭐죠?”라며 수많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죠. 일본에 방문하게 되면 바로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도 가득했습니다.

이 멜론소다는 조리법 또한 간단한데요. 멜론 시럽과 탄산수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투명한 컵에 1/4 정도 멜론 시럽을 넣고, 탄산수를 넣고 잘 섞은 뒤 취향에 따라 얼음, 설탕, 다른 추가적인 것을 넣으면 되는데요.

이 단순하고도 단순한 음료가 한국에 넘어와 ‘감성 음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특이한 색과 달달한 맛, 또 여러 토핑이 “예쁘다”라는 소감으로 마음에 쏙 들어온 겁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녹색이면서도 투명하고, 형광색이 나면서도 탄산이 섞여 묘한 그러데이션을 만든 메론소다. 여기에 베이지색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빨간 체리가 얹어지면 그야말로 ‘인스타 각’이죠. 거기다 그 모습이 복고풍의 느낌을 더하는데요.옛날 카페에서나 맛볼 수 있을 만한 이 음료수! 레트로 감성까지 모두 다 갖춘 음료에 대한 반응은 그저 뜨거울 수밖에 없었죠.

한국에서 메론소다는 일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모스버거에서 맛볼 수 있었는데요. 일본 여행에서 간단하게 먹었던 햄버거와 함께했던 메론소다의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의 찾아왔던 거죠.

모스버거, 데리야키버거, 새우버거 등 유명한 버거를 뒤로하고 모스버거하면 생각나는 메뉴는 이 메론소다였는데요. 한국에서는 원체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색 탓이 컸죠.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더벤티’의 일부 지점에서 크림 소다와 함께 판매 중입니다. 또 ‘빽다방’ 신메뉴로 나온 ‘아이스크러쉬 멜론’을 이용해 메론소다로 만드는 레시피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메뉴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음식에 진심인 민족’답게 여러 가지를 접목해 메론소다를 창조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면 아이스크러쉬 멜론의 간 얼음을 각얼음으로 바뀐 뒤 물을 탄산수로 변경하면 되는데요. 여기다 아이스크림 토핑을 추가하는 거죠. 이렇게 만들기 위해선 멜론 시럽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친절한 팁까지 함께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이런 SNS 표 레시피의 유행을 인지한 ‘빽다방’ 측도 해당 레시피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한 단계 넘어서 아이스크러쉬 멜론 대신 ‘블루캔디소다’에 아이스크림을 추가해도 된다고 소개하는 중입니다.

이런 인기에 괴로운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바로 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아이스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생각지도 못한 ‘인기 메뉴’까지 덮쳐온 거죠. 신난 사장님이 해당 메뉴를 만드는 재료를 잔뜩 구비해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마주하게 된 겁니다.

SNS상에서 이 메론소다를 판매하는 두 프랜차이즈 ‘더벤티’와 ‘빽다방’ 알바생들의 ‘폭탄돌리기’도 볼만한데요. 두 곳의 알바생들이 앞다퉈 상대방의 메뉴를 칭찬하며, 자신들의 업무 매장이 아닌 타 매장으로 인도하고 있죠.

“빽다방 메론소다 말고, 더벤티 메론소다가 좋아요~ 체리가 있어서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진심 맛있어요”
“빽다방 메론소다 너무 좋다. 빽다방은 3800원에 양 정말 많아요”

서로의 매출 행복(?)을 기원하는 원하지 않은 친절함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타 프랜차이즈 매장의 알바생들이 그저 지켜보며 행복해하자, ‘나만 죽을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메가커피 수박화채 스무디 맛있어요”라며 타메뉴를 칭찬하기도 하는데요. 해당 메뉴는 설거지가 무려 6개나 나오는 ‘신기한 음료’로 알바생들에게 절규를 부르는 음료죠. 이러자 메가커피 알바생들도 더벤티와 빽다방의 다양한 레시피를 홍보하고 나서며 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덕분에 신난 건 소비자들인데요. 상대방의 메뉴와 발전된 레시피를 실제 업무 중인 알바생들이 공유해 준 덕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됐죠.

그런데 마냥 즐기기에는 이 메뉴, 많이 위험합니다. 메론소다의 당류가 어마어마한건데요. 빽다방 아이스크러시 멜론의 공개된 당류는 80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섭취 권장기준(성인 50g·어린이 35g)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기존 메뉴의 당류가 그럴진대 여기에 각종 토핑을 추가하면 그 당류는 더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맛있다며 무턱대고 먹다간 더 무시무시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죠.

예쁘고 맛있고 감성까지 가진 건 왜 이리도 무서운 걸까요. 내 몸과 살에는 덜 친절해도 되는데 너무 친절한 메론소다. 오늘도 내 손에 들려진 이 메뉴. 적당히 즐기며 ‘감성’을 챙기는 적정선을 또 넘어버린 것 같네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