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끓어오르는 지구...전력 수요 급증에 전기료 ‘비상’

입력 2023-05-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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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ㆍ라오스ㆍ태국ㆍ싱가포르, 최고 기온 갈아치워
“51도 넘는 날 두 배 늘어날 것” 경고
중국, 17년 만에 가장 이른 폭염경보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도 때 이른 폭염
일본, 내달 전기요금 인상

▲태국 방콕에서 한 여성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휴대용 선풍기를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방콕/EPA연합뉴스
지구가 끓어오르고 있다. 열대 기후에 속해 고온에 익숙한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치 기온을 경신하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도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덮쳤다. 때 이른 고온현상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국이 비상에 걸렸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도시 뜨엉즈엉의 기온이 섭씨 44.2도까지 올라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도 42.5도를 기록했고, 태국 방콕 역시 41도로 역대급 기온을 보였다. 싱가포르는 40년 만의 최고 기온(37도)에 도달했다.

동남아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올해 무더위는 여러 요인이 결합하면서 더 독해졌다는 평가다. 지난겨울 강수량이 적었던 데다가 엘니뇨 영향까지 겹쳐 극심한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엘니뇨란 열대 동부와 중부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상학계에서는 최근 3년간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가 계속 관측됐다가 올해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커뮤니케이션 지구&환경 저널에 실린 보고서는 아시아를 포함한 열대기후 지역 기온이 위험 수준인 51도에 이르는 날이 두 배 늘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홍수, 가뭄, 태풍에 시달리는 아시아가 폭염과도 사투를 벌이게 됐다는 의미다. 베이징과 산둥성 등 중국 일부 지역에서도 낮 최고 기온이 이틀 연속 35도를 웃돌아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폭염경보 발령보다 21일 빠르고, 2006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일렀다.

유럽과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사상 처음으로 4월 기온이 40도까지 올랐다.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빨리 폭염이 덮친 것이다. 일부 지역은 건조한 날씨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저수지 수위가 평균치의 15%를 밑돌았다. 인접국인 포르투갈과 지중해 건너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에서도 지난달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기후연구단체 WWA는 “기후변화로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때 이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최소 100배 높아졌다”며 “최근 무더위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이 생각보다 빠르게, 또 자주 나타나면서 전력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도는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달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내달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예정으로, 인상 폭은 14~42%에 이를 전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 수급 불안을 겪고 있는 유럽은 올해 폭염으로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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