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돌연 사의’에 영화계 '술렁'…이용관 BIFF 이사장 "사태 책임지고 사퇴"

입력 2023-05-15 16:05수정 2023-05-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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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허문영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한 배경에 궁금증이 모인 가운데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영화축제를 이끄는 주축 인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날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올해 영화제를 끝내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조기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이 이사장은 “이달 31일께 허 집행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면서 “이 자리에서 그의 복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허 위원장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선임을 결정한 바 있다. 허 집행위원장이 프로그램 기획과 감독 발굴 등 영화제의 주된 행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신임 운영위원장에게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을 집행하는 조직의 예산 관리나 운영 등의 실무를 분담한다고 설명했다.

발표 이틀 뒤인 11일 허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권한 분산’을 의미하는 조 운영위원장 선임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한창 준비에 매진해야 할 집행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이 ‘인사 잡음’의 연장선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집행위원장이 행정이나 예산 부분에 관여할 수 없다면, 영화제의 실권은 사실상 이사장 측근인 운영위원장이 쥐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문제를 짚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내부에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허 집행위원장이 조 운영위원장 선임 건에 대해서 사전에 모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영화제 한 관계자는 “(9일 열린 임시총회는) 이사회에서 논의된 안건을 집행위원장이 상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허 집행위원장도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조 운영위원장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영화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총회에서 결의로 이뤄진 인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다음 이사회에서 사퇴 문제를 포함한 모든 논의를 논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당장 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영화제에는 허 집행위원장과 이 이사장 모두 불참할 예정이어서 국내 최대 영화제 주최측의 수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될 예정이다. 권역 담당 프로그래머와 실무진이 참석하지만 해외 영화인과의 네트워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5일 개막하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오래 지켜봐온 한 영화인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 중간에 집행위원장으로 들어와 (침체된) 영화제를 영화제다운 모습으로 리셋한 게 허 집행위원장”이라면서 “그를 잃는 건 영화제로서는 대단히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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