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수갑 풀어”…‘베테랑’ 속 유아인, 현실이었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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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CJ ENM)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있는 가운데, 두 번째 소환 조사에 불출석했습니다.

유아인은 11일 두 번째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할 예정이었습니다. 3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 조사를 받은 후 약 두 달 만의 조사였는데요. 경찰은 유아인에게 마약류 투약 혐의와 횟수, 구입 경로, 공범 등에 대해 취조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아인은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있는 건물 인근까지 왔다가 그대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유아인 측은 “취재진이 많아 출석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한 뒤 귀가했다고 전해졌죠.

소식을 접한 대중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식당 ‘노쇼’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유아인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인피니티는 이날 오후 “사실상 공개 소환”이라며 상황을 설명하고 나섰는데요. 앞서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고 경찰도 동의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출석 일정이 알려졌다는 지적입니다.

유아인 측은 “출석 일정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유아인은 조사에 임하고자 했고, 변호인은 비공개 소환 원칙에 맞도록 다른 경로로 출입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경위는 알 수 없으나 경찰과 변호인 간 추가적인 협의 과정조차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유아인이 단지 취재진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처럼 왜곡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경찰수사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제20조 등을 들며 소환 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정당성을 강조했는데요. 대중은 썩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샙니다. 법을 어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그가 규정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경찰 측에 ‘유감’을 표하는 것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죠. 또 유아인은 본인의 SNS와 소속사를 통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등 고개를 숙인 바 있기에 의문이 가중됐습니다. 앞서 유아인은 3월 1차 소환 때도 출석 일정이 언론에 알려지자 조사를 미룬 바 있습니다.

의구심은 다른 지점에서도 나옵니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수사 진행 속도가 더딘 것 아니냐는 거죠. 실로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의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걸 고려해도 구속까지 사흘이 걸렸습니다. 반면 유아인은 석 달째 조사가 진행되고 있죠. 여기에 유아인 측이 2차 소환 조사에 불출석하면서 조사는 더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아인, 마약류 ‘5종’ 의혹 있는데…늑장 조사 지적도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유아인이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처방받은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2월 미국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유아인의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소변 검사를 진행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요청했습니다. 또 유아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피의자 신분으로 동행 조사를 진행했으며, 모발도 확보한 뒤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 유아인에게서는 프로포폴 외에도 다른 마약류를 투약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고 코카인과 케타민 투약 정황이 드러났으며, 졸피뎀을 대리처방 받은 정황까지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강남구와 용산구 일대 성형외과 등 병의원 및 유아인의 용산구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지에 대해 압수수색도 진행했죠.

3월에는 유아인의 매니저와 여행 동반자를 불러 조사했고, 유아인을 상대로 12시간 가까이 첫 피의자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초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시작한 의혹은 점차 복잡해졌고, 관련 마약류가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총 5종으로 늘어나면서 유아인이 습관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심까지 불거졌습니다.

이후 일각에서는 경찰의 ‘늑장 조사’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아인이 투약 혐의를 받는 마약류가 5종인 데 비해 소환조사는 지금까지 한 차례 진행됐고,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겁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달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돈스파이크 사건은 간단하게 1건으로 진행됐던 건이다. 체포 후 구속으로 바로 이어졌던 것”이라며 “유아인의 경우 애초 식약처에서 수사 첩보를 받았다. 내용도 프로포폴과 대마초, 졸피뎀 등 의약품과 관련한 것들도 있어서 사안이 다르고 혐의도 다수”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를 해야 할 대상도 다수다. 병원도 여러 곳이고, 압수물 분석이나 대상자 수사에 시간이 걸린다”며 “그런 것들이 진행되면 직접 대상자인 유아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추가 수사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최종 판단을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돈스파이크의 경우 마약류가 필로폰 1건이었고, 유아인은 5건의 사안을 살펴야 해 비교적 오랜 시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5종의 마약류 중에서는 코카인의 혐의 입증이 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발에서 마약류가 검출돼도 투약 시기 및 방법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로 보는 판례도 있죠. 모발에서는 수년이 지나도 마약 성분이 나와 투약 시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만약 해외에서 코카인을 투약했다면 증거 확보도 난관에 처하게 됩니다.

프로포폴과 케타민은 체내에서 금방 분해돼 소변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여러 병·의원 압수수색으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변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된 대마는 최대 10일까지 양성 반응을 보여, 투약 시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죠.

즉, 경찰은 현재 유아인의 코카인 투약 혐의 입증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여부는 형량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대법원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코카인을 투약한 피의자에게 통상 징역 1~3년을 선고하게 돼 있는데, 대마·프로포폴(8월~1년 6개월), 케타민(10월~2년)에 비해 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편입니다.

▲경찰 관계자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금융강력마약범죄 수사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예정된 2차 피의자 조사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취재진이 많다는 이유로 경찰에 불출석 통보를 했다. (뉴시스)
초호화 변호인단까지 꾸렸다…집행유예 ‘총력전’ 펼쳐지나

그 사이 유아인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며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예고했습니다. 물론 유아인은 3월 1차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와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잘못된 늪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과도 잊지 않았습니다.

유아인의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인피티니의 박성진 대표 변호사는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 수원지검 검사로 시작해 27년간 대검 마약과장·조직범죄과장과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 등 요직을 지낸 인물인데요. 검찰 내 최고 마약통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2013년에는 의사들과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 연예인을 불법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명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대규모 기소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당시 박성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시술을 동반해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불법이 아닐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10년이 지난 지금,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유아인을 검사석 맞은편에서 변호하게 된 겁니다.

유아인 변호인단에 함께 이름을 올린 안효정 변호사는 서울 남부지검·부산지검·대구지검·수원지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을 지냈고, 차상우 변호사는 부산지검·창원지검 통영지청·수원지검·전주지검 군산지청을 거쳐 안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2014년 서울중앙지검에 몸담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2017년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유아인은 사과문을 통해 “내가 가져왔던 자기 합리화는 결코 나의 어리석은 선택을 가릴 수 없는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앞으로 있을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여러분의 모든 질타와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화려한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경찰 조사에 불응하는 등 모습은 영화 ‘베테랑’ 속 등장인물 ‘조태오’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극 중 마약에 중독된 재벌 3세 조태오는 체포 직후 “내가 이 수갑 푸는 데 몇 분이나 걸릴 것 같냐. 30분? 1시간이면 푼다”며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이를 완전한 허구로 치부하긴 어려운 게, 법률 전문가들은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유아인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재범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돼 2019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는 대마초를 흡연하고 LSD를 사들인 혐의로 2021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겁니다.

마약이 일상의 문제로 확산한 지도 오래입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학생들이 ‘마약 음료’를 마시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검찰, 경찰 모두 칼을 빼 들었는데요. 정부 차원에서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달 8일에는 전국 18개 검찰청 마약 전담 부장검사들이 대검찰청에 모여 ‘마약범죄 근절 대책 회의’를 열어 마약범죄 동향과 정보, 수사사례를 공유하고 효율적인 수사와 기관 간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아인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수사는 여전히 더디며 처벌 수위 역시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죠.

유아인에 대한 수사가 석 달째 이어지면서 그 결론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마약 범죄에 대한 ‘철퇴’는 결국 엄중한 처벌이라는 주장에 연일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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