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종목 1년새 14% 올랐네…로보어드바이저 1.8조 시대 열렸다①[株테크 시장에 파고든AI]

입력 2023-02-21 10:55수정 2023-02-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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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34만명…5년만 8.7배↑
운용규모도 2018년 4000억 수준→올해 1월 1.8조로 ‘훌쩍’
국내 상용화 RA 알고리즘 284개…지난해 수익률 1위 14.11% 올라
위험중립형 RA 수익률, 6분기 연속 코스피200 상회
“RA는 안정적 자산관리 목적…단기 투자와 맞지 않아”

“투자자의 성향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의 구성, 주문, 리밸런싱까지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모든 과정을 처리합니다.”

(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증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화면에서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하자 ‘안정추구형’이 적합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주식 0~30%, 지수 및 종목 ETF 0~30%, 단기 및 국공채 ETF 0~100%의 비중으로 운용되는 상품이다. ‘알고리즘 설명서’를 읽어봤다. 상품 가입 후엔 어떠한 인간의 개입도 없이 모든 투자과정이 시스템으로 자동 투자된다. 투자가가 매년 감정적인 판단을 배제해 위험관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결국 믿을 건 수익률 뿐이다. 코스콤에서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테스트베드 센터’에 나온 3개월 수익률은 4.83%. 같은 기간 코스피 3.85% 대비 조금 더 나은 성적이다.

자본시장에서도 인간의 시대가 저물고 말로만 듣던 AI의 시대가 찾아올까. 최근 AI 챗봇 서비스 ‘챗 GPT’에 국내외 관심도가 집중되는 가운데 알파고 열풍이 불었던 2016년 이후 AI가 다시금 새로운 투자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점점 복잡해지는 투자환경에서 감정적 동요와 직관을 뒤로하고 이성적 판단만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 더 나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빅데이터 분석이 인간의 연산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AI를 활용한 투자 자문·일임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성향, 리스크 수준, 기대 수익률 등 자산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에 이어 데이터를 분석해 즉각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등 ‘위험관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자에게는 자문을 받거나 투자를 일임해 운용까지 맡길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 1.8조…5년간 4배 ‘쑥’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21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수 총 34만57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월(3만9382명) 대비 5년만에 약 8.7배 가량 성장한 수준이다. 2019년 8월 10만명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8월 20만명 돌파한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운용규모는 올해 1월 기준 1조8250억 원으로 2018년 1월(4261억 원) 대비 5년간 4.2배 가량 늘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종류별 운용금액은 무료추천(88.8%)이 가장 많고, 일임(11.1%)과 자문(0.2%)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 계약자는 증권사 0.3%(1264개), 자산운용사 28.3%(9만8022개), 자문일임사 6.5%(2만2348개), 은행 64.8%(22만4125개) 수준이다. 은행의 경우 무료 자문 관련 알고리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모든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상품은 코스콤에서 운영하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 상용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국내 알고리즘은 총 284개로 집계된다. 코스콤 심사에 참여한 회사는 파운트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운용, 콴텍투자일임 등 118개 가량이다.

지난해 1년간 수익률 1위 알고리즘은 ‘NH-콴텍 미국주식형 현금여유기업(14.11%)’ 차지했다. 2위는 에프앤가이드 ‘W_Robo 글로벌자산배분 안정추구(13.19%)’, 3위는 W_Robo 글로벌자산배분위험중립(11.09%), 4위는 콴텍투자일임의 콴텍 미국주식형 현금여유기업(10.68%)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스피200 수익률(-26.1%) 훌쩍 넘어선 수익률이다.

증권사들에서도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GQS’를 비롯해 ‘삼성증권 Robo로 자산배분’, ‘KB 케이봇쌤’, ‘신한AI RATB’, ‘키움 Momentum’ 등이다. AI 투자자문형 상품도 출시 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소형주 발굴 및 투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AIR’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KB증권은 AI 로봇이 미국 상장사 공시정보 분석해 제공하는 ‘KB로보뉴스’를 내놨다.

시장 규모 성장에는 시장 침체기 수익률 선방이 한 몫을 했다. 지난해 3분기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은 0.51%를 기록, 6분기 연속 코스피200 수익률(-8.41%)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의 평균 수익률이 -2.19%~ -1.65%로 4분기 코스피(3.75%)와 KOSDAQ(0.99%) 보다 소폭 낮았다.

“안정적 자산관리, 수수료 강점…단기 투자와 맞지 않아”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상품은 기존 투자운용 상품들 대비 운용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덜 지불해도 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간이 운용하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같은 값이면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AI 투자 상품이 기존 투자방식보다 나을까. 전문가들은 과거의 수익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가 리스크는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의 개입없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률을 추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간의 수익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 중인 미국과 달리 아직까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간에 자산관리 성과의 차이가 있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사람의 개입이 없다 보니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투자운용보다 안정적인 룰에 따라 운용되는 편”이라며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운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설계됐으나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 주식 투자 목적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관리 목적으로 이용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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