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두 얼굴’…미국, ‘그린스틸’ 컨소시엄 추진 vs. 영국, 30년 만에 첫 탄광 개발 승인

입력 2022-12-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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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U에 기후변화 명목 새 관세 제안서 보내
중국 겨냥했지만, 다른 국가 대상될 수도
영국, 경제 회복 위해 화석연료 투자 눈 감아
"탄소제로 노력 약화할 것" 비판 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를 놓고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다. 국제무대에선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내 정책을 펼칠 땐 또 다른 선택을 내리고 있다. 미국은 기후대응을 핑계로 새로운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광산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날 유럽연합(EU)에 탄소배출량이 적은 이른바 ‘그린스틸’과 ‘그린알루미늄’ 무역을 촉진하고 이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 제품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는 제안서를 보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에 관한 노력은 미국과 EU 사이 작업 중인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내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마디로 기후변화 위기를 명목으로 미국과 유럽에 유리하게 관세를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새 컨소시엄에 들어가지 못하는 국가도 불이익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이들이 컨소시엄을 추진한다면 관세 부과 국가와 탄소배출량 측정 방법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30년 만에 첫 승인한 탄광 조감도. 출처 웨스트컴브리아광업 웹사이트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력 당사국총회(COP)’ 개최국이었던 영국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광산 개발을 승인했다. 영국 북부 컴프리아에 있는 화이트헤이븐 탄광 개발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웨스트컴브리아광업이 추진하고 있는 이 탄광은 주로 철강을 생산하는 해외 구매자에게 석탄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영국 당국이 2년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로 기후변화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부는 경제 불안 해소를 우선순위로 택했다.

현재 영국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1.1%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주요 7개국(G7) 중 영국 경제 성장이 가장 더딜 것으로 예측했고, 영국 산업연맹(CBI)은 최근 자국이 침체한 기업투자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관저를 나서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영국 주택·균형발전부는 성명에서 “당국은 광산 운영에서 탄소 제로를 추구한다”면서도 “프로젝트는 지역 고용과 더 넓은 경제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다.

영국 내에서도 석탄 연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던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독립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의 존 검머 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늘릴 것이고 영국의 ‘탄소 제로’ 노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영국은 기후 우선순위와 관련해 다른 국가들에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광산 승인은 기후변화 리더로서 어렵게 얻은 영국의 국제적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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