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 결국은 '부동산'…"빚 자산 아니다" 부채 관리 집중

입력 2022-12-04 11:23수정 2022-12-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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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부자는 물론 이제 막 부자가 된 '신흥 부자'도 투자의 최종 종착지는 '부동산'이었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 국ㆍ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규대출과 투자는 줄이고 예금에 자산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4일 한국 부자의 현황, 투자행태, 미래 투자 방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2022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를 발간했다. 특히 올해 보고서에서는 '신흥 부자'와 '전통 부자'를 비교하고, 이들의 부(富) 축적 방식과 투자 방식의 차이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금융자산 10억∼20억 원을 보유한 30∼49세 개인을 '신흥 부자'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신흥 부자는 7만8000명으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부유한 전체 부자의 18.4%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99조5000억 원으로 부자의 총금융자산 중 3.5%를 차지했다.

신흥 부자는 자신이 금융자산 10억 원을 넘기며 부자가 되도록 한 부의 원천을 묻자 32.2%가 사업소득을 꼽았다. 이어 부동산 투자(26.4%)와 상속·증여(20.7%)가 뒤를 이었다.

신흥 부자는 7억 원 정도의 종잣돈을 만든 뒤 현재의 부를 이루기까지 자산 증식의 가장 주된 방법으로 주식 투자(54%)를 이용했다. 거주용 외 아파트(36.8%), 예·적금(31%), 거주용 부동산(24.1%) 등이 뒤를 이었다.

전통 부자와 비교하면 신흥 부자는 주식(+10.3%p)과 예적금(+3.4%p) 등의 금융상품이나 금·보석, 디지털자산 등 기타자산(+3.6%p)으로 부를 확대한 경우가 더 많았다.

신흥 부자가 향후 목표로 하는 총자산 구성비는 부동산자산 52%, 금융자산 36%로 전통 부자와 거의 유사했다.

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 금융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부동산자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총자산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금융자산 비중은 2019년 41.2%에서 2021년 36.6%로 낮아진 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54.3%에서 59%로 상승했다. 기타자산 비중은 4.5%에서 4.4%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보다는 팬데믹 기간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 가치가 더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기간 부자는 부채 관리에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도 자산이다'는 말과 달리 한국 부자의 61.8%는 '부채는 자산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금융부채를 보유한 부자의 비중이 2019년 56.5%에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 43.8%로 낮아졌다.

투자 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부자들은 당분간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1년 정도는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80~90%는 예ㆍ적금과 주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 자산에 대해 현재 투자 금액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장기적인 투자처로는 역시 부동산을 꼽았다. 장기 유명 투자처(향후 3년간의 자산관리 방향)로는 '거주용 외 주택'을 꼽은 비중이 43.0%로 가장 많았으며, '거주용 부동산'(39.5%), '빌딩·상가'(38.0%), '토지·임야'(35.8%), '주식(31.0%)' 등이 뒤를 이었다.

KB금융은 "투자 환경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부자들은 위험요인을 예상하고 나름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투자 방향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금융투자 리스크가 큰 시기라고 판단하고 단기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달러가치를 주시하며 달러 매입을 계획하는 한편, 주식은 신규자금을 투입하기에 적합한 시기를 두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부자 수는 2020년보다 8.0% 늘었지만, 증가율은 1년 전(10.9%)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주가지수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자 수 증가 속도도 더뎌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한국 부자들은 서울(19만1000명)을 포함해 경기도(9만4000명), 인천(1만3000명) 등 수도권에 70.3%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를 자산 규모별로 나눠보면, 부자의 90.7%(38만5000명)가 ‘10억원∼100억원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분류됐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 원∼300억 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7.3%(3만1000명), 30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2.0%(9000명)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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