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의 없는데...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파장'

입력 2022-11-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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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민들레', 155명 실명 게재

▲진보 성향 매체 ‘민들레’가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된 것이어서다.

14일 인터넷 매체 '민들레'는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게재했다. 명단은 가나다 순으로 나열됐으며 외국인도 23명 포함됐다. 이날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인원은 총 158명이다.

이 매체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라며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이미 희생자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했고, 한국 언론도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와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사고에서도 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안치 병원 및 장례식장을 보도해왔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가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여부는 정치권에서 먼저 논란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며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국가적 참사와 비극을 매번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나쁜 습성을 당장 버리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최근에 나온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자는 것은 미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역시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10일 MBC 라디오에서 “유족들의 총의가 모여서 진행이 된다면 몰라도, 지금처럼 정치권이 앞서 (명단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슬픔에 빠진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들레는 15일 창간을 준비 중이다. 유시민 작가가 민들레에 칼럼진으로 참여한다. 준비위원에는 김근수 해방신학 연구소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고광헌 전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해 경향신문과 한겨레 출신의 언론인 등이 포함됐다. 민들레는 독자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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