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286조원 쏟아부은 카타르 월드컵 ‘D-8’…기대보다 우려 앞서는 이유

입력 2022-11-11 14:33수정 2022-11-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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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첫 ‘겨울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8일 남았습니다. 11월 21일부터 한 달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한 32개국이 참가합니다. 대회 준비 예산은 직전 러시아 월드컵의 17배 수준인 286조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축구 팬들 사이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큽니다.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카타르를 개최지로 택한 것은 실수였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팬 빌리지’(AP 뉴시스)

맥주 한 잔에 12만 원…30만 원 숙소는 “난민 캠프 같다” 비판도

비싼 숙식 가격에 반해 부실한 서비스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1박 207달러(약 28만 원)에 달하는 팬 전용 숙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카타르가 9일 공개한 ‘팬 빌리지’는 침대, 에어컨,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는 조립식 컨테이너 형태입니다. 한 객실 당 2명이 숙박 가능한 컨테이너 6000개를 갖췄습니다. 빌리지 내부에는 식당 체육 시설, 대형 스크린이 있는 야외 공간 등 공용 시설도 존재합니다. 월드컵 방문객이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지 호텔 객실은 3만 개에 불과한 데에 대한 응급 처방이죠.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컨테이너에서 자는데 207달러는 비싸다”, “난민촌 텐트가 떠오른다” 등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카타르의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지나치게 비싼 맥주 가격도 논란입니다. 카타르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중동 최고 수준인 세계 최상위 부국이죠. 카타르에서 맥주 한 잔의 가격은 12만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축구 팬들의 반발을 키우는 점은 정작 경기 도중에는 그조차도 마실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주류 판매와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맥주 회사인 ‘버드와이저’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여서 팬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카타르는 경기장 부근 특정 지역에서는 음주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경기가 펼쳐지는 관중석에서는 여전히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나세르 알 카테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장(AP 뉴시스)

동성애, 혼외정사 금지…엄격한 이슬람 국가 카타르

인권 침해도 논란입니다. 차별적이고 폐쇄적인 카타르 율법을 외국인들에게도 적용하려는 데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칼리드 살만 월드컵 홍보대사는 8일(현지시간) 방영된 독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비밀사항 카타르’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차별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내 눈에 동성애는 ‘하람(haram·이슬람의 금기 혹은 금기를 어긴 사람)’이며 정신에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동성애자를 보며 ‘좋지 않은 것’을 배우는 것은 문제라고 언급해 독일 여론의 지탄을 받았죠. 독일은 2017년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입니다. 낸시 페세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월드컵 홍보대사의 인터뷰에 대해 “끔찍한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카타르는 경기장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방문객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도 예외 없이 ‘원 나잇 스탠드(하룻밤 정사)’를 하다 적발되면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카타르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국가 법령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율법은 ‘혼외정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애정 표현까지 금지하겠다고 합니다. 나세르 알 카테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7월 10일 영국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인 애정표현은 카타르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그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며 “혼외정사를 포함해 공개적인 애정 표현도 금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함께 호텔을 예약한 성(姓)이 다른 팬들이 예약을 취소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외국에서는 부부가 성(姓)을 공유하는데, 서로 다른 성을 가진 커플이 한 방을 쓸 경우 혼외정사로 의심받아 처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작업 현장의 노동자들(AP 연합뉴스)

피로 쌓아 올린 경기장…선수들도 비판 동참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건설 노동자 문제는 2010년 카타르에서 월드컵 개최하는 것을 확정한 이후 10년 이상 지속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국가에서 온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카타르 정부는 통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7명뿐이며, 그중에서도 업무 관련으로 사망한 사람은 3명뿐이라는 것이 카타르 측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카타르가 심장마비와 호흡 부전으로 인한 사망을 업무 관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카타르는 국토 전체가 사막성 해양기후에 속합니다. 4~10월 사이의 여름은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고온다습한 환경이죠. 그리고 심장마비와 호흡 부전은 열사병의 전형적 증상입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2016년 카타르 기업들이 강제 노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숙소에 살며 채용알선비를 내야 하고, 임금 체불을 겪거나 여권을 압수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2019년 조사에서는 일을 마친 카타르 이주 노동자의 40%는 탈수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카타르 경기장 건설을 담당한 프랑스 대형 건설회사 빈치의 계열사 VCGP는 건설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빈치 측 변호인은 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을 통해 프랑스 수사판사가 VCGP를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는 노동 또는 주거 조건”을 제공한 혐의로 예비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월드컵에 참여하는 선수들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은 국기와 후원사 로고가 보이지 않도록 로고와 옷을 같은 색으로 제작한 유니폼을 착용할 예정입니다. 덴마크 유니폼 후원사 험멜은 해당 유니폼이 카타르 인권 기록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 9개국 대표팀 주장은 경기에서 차별을 반대하는 의미의 무지개 로고인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대표팀, 독일 대표팀 등도 메시지가 적힌 유니폼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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