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中企ㆍ소상공인…납품단가연동제 ‘답보’, 온플법 제정은 ‘회의적’

입력 2022-11-01 14:48수정 2022-11-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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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18일 국회 본관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계의 숙원 제도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의 공식 활동기간이 지난달 31일 마무리 되면서 특위 차원의 법안 처리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도 카카오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규제 법안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로 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출범한 민생특위는 출범 100일 만인 전날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특위 차원에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납품단가 연동제는 여야간 견해차로 처리가 불발돼 상임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정치권은 그간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대해 기대감을 키워왔다. 업계는 지난 9월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 도입 이후 법제화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14년간 공회전을 끝내고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민생특위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협상력을 발휘하고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법제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위 처리 불발이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전대미문의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법제화가 쉽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 법안이 정교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강제성을 부여하면 부작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납품단가 연동제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중소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을 낮출 것이라는 반대 논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상경영 착수한 카카오. 사진은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연합뉴스)

온플법 제정 역시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으로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소상공인의 높은 의존도와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하지만 규제 기준에 대한 업계 반발 등으로 2년여간 표류해 왔다.

잠잠하던 온플법은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1/5이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광고료, 책임 전가 문제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며 온플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온플법의 제정을 재차 요구했다. 지금이 법 제정의 적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온플법이 규제 법안이라는 점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는 자율성에 기반한 시장 친화적 정책, 즉 규제 최소화에 맞춰져 있다. 플랫폼의 독점력에 대해 정부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상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법안이어서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제정 자체가 어렵거나 도입되더라도 규제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온플법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업계 관계자는 "온플법의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정책 기조가 자율규제에 방점이 찍혀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자율규제가 실패해야 온플법 제정이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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