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회진출 많으면 출산율 떨어진다?...통념 깬 스웨덴

입력 2022-10-05 05:00수정 2022-10-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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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유리천장 깨져야 출산율도 올라가

-정부가 TV광고까지 하며 여성 사회참여 장려 캠페인
-1971년 부부합산->개별 과세로 조세제도 바꾼 게 결정적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제도 도입
-사회적 인식 바꾸는 데 성공...스웨덴에 ‘라떼파파’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것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거리 앞. 여성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스톡홀름=문선영 기자 (이투데이)

9월 초 찾은 스웨덴은 ‘2022 의회선거’ 캠페인이 한창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선거 벽보가 부착돼 있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파고들어 자신의 공약을 설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독 눈길을 끈 것은 선거 벽보였다. 한국과 달리 여성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웨덴의 출산 정책을 들어보기 위해 만난 니클라스 야콥슨 사회보건부 국장은 “스웨덴에서는 ‘여성 정치인’이 특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최초로 여성 총리가 나왔고, 8개 정당 중에 5개 정당 당수가 여자”라며 “국회에서도 50%가량이 여성 정치인이며 정부 내각도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0대 50”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의원연맹(IPU)의 주요 국가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보면, 2022년 기준 스웨덴은 46.6%에 달한다. 한국은 18.6%에 그쳤으며, 미국(27.7%) 영국(34.4%) 독일(34.9%)도 여성 정치인의 비중이 스웨덴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다만 9월 11일 치러진 이번 의회선거 이후 스웨덴의 첫 여성 총리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콥슨 국장은 이처럼 여성의 두드러진 사회 참여가 출산율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사회로, 그리고 그 사회에서 위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이지 않는 벽, 이른바 ‘유리천장’이 사라지면 오히려 출산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학력 여성의 사회진출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는 것이 그간의 통념이었다. 실제 198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합계출산율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8명을 넘는 스웨덴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80.8%(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달한다.

야콥슨 국장은 “하지만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스웨덴 역시 아이를 가진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지 않았다”며 “당시 스웨덴도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 돌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정부는 아이를 안은 아빠가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등 각종 캠페인을 벌이며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면서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고 강조했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 스웨덴 출산 정책을 설명하는 니클라스 야콥슨 스웨덴 사회보건부 국장. 스톡홀름=문선영 기자 (이투데이)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높이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획기적인 정책은 1971년 조세제도를 기존의 부부합산 방식에서 개별 방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야콥스 국장은 “개별 과세를 적용하다 보니 한 사람이 버는 것보다 두 사람이 버는 것으로 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됐다”며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다 보니 여성이 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통해 여성 인력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인 후 스웨덴 정부는 여성이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안전하게 양육될 수 있는 복지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도 적극 유도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부모보험제도도 도입했다. 부모보험은 건강보험을 통해 산전후 휴가자나 육아휴직자에게 평상시 소득의 80%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야콥슨 국장은 “물론 남성 육아휴직이 처음부터 자리를 잡았던 것은 아니다”며 “처음 도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의 수는 현저히 적었고, 이에 스웨덴 정부는 1991년 남성의 의무 육아휴직 기간(약 30일)을 할당하는 정책을 또 다시 도입했다”고 했다. 그러자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후에도 스웨덴 정부는 관련 제도를 꾸준히 개선했고, 현재 스웨덴에서는 480일(16개월)간의 육아휴직 기간 중 남성이 의무적으로 3개월을 써야 한다.

한국 역시 스웨덴 못지않은 육아휴직제도를 갖추고 있다. 법적으로는 오히려 스웨덴보다 휴직 기간(24개월)이 길다. 하지만 실제 사용은 매우 어렵다.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색안경’을 끼고 본다. 적어도 남성에 대해서는 가정의 가치보다 노동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두기를 원한다.

야콥슨 국장은 “사실 스웨덴도 100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변화해 온 것”이라며 “한국과 스웨덴은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릴 수도, 더 빨리 해결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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