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노 시위'에 영화감독도 발묶였다

입력 2022-10-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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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더 월'을 연출한 바히드 잘릴반드 감독. 당초 부산에 방문해 영화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란의 격화된 시위로 자국에 발이 묶였다. (부산국제영화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돼 구타 끝에 사망한 20대 여성 마사 아미니(Masha Amini)의 사건 이후 분노한 여성들이 이란 전역에서 강력한 저항 시위를 지속하는 가운데, 오는 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던 이란의 영화감독마저 자국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불참 소식을 알려온 바히드 잘릴반드(Vahid Jalilvand) 감독은 당초 도덕경찰의 폭력적인 시위에 쫓기던 여성이 시각장애인 남성의 집으로 피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비욘드 더 월’을 부산에서 선보이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4일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현재 이란은 좀 심각한 분위기인 것 같다. 자세한 경위를 더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못 온다’는 얘기와 더불어 메시지를 보내왔고 (현재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만 알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이틀 전 자신의 SNS에 “’비욘드 더 월’ 감독 바히드 잘릴반드가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비극적 일 때문에 부산 방문 하지 못는 상황에 처했다”고 소식을 알리면서 “불행하게도 내 영화의 장면이 이란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현실이 돼 버렸다”는 감독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비욘드 더 월'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바히드 잘릴반드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민주적 세속정부를 되찾으려는 용감한 젊은 여성들은 매일 83개가 넘는 도시에서 자신들의 분노와 연대를 표출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스카프를 벗어 불에 태우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폭력과 총탄으로 시위를 제압하면서 열흘 만에 40명 넘는 시위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목숨 걸고 경찰과 대치하며 이란인의 용기를 북돋는 젊은 여성들의 사진이 확산하자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했다”면서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 이란인들이 겪는 사태에 관심을 호소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사 아마니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4일(현지시간)까지 이란 전역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저항 시위에 참여했다. 터키 이스탄불 등 히잡을 써야 하는 이슬람권 국가에 사는 여성들도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투쟁하는 이란 영화인들의 메시지를 널리 전하려 한다”면서 “상황의 추이를 보며 후속 조치를 더 논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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