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인수·먹튀 논란’ 론스타에 ‘2800억’ 배상해야…국민 혈세 낭비 책임 물어야

입력 2022-08-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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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기 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따라 약 3000억 원을 물어주게 됐다. 10년에 걸친 분쟁 과정 끝에 막대한 배상금을 국민 혈세로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약 2815억 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정했다고 밝혔다.

또 중재판정부는 2011년 12월 3일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자액은 약 185억 원으로 추산된다.

당초 론스타는 2012년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하면서 46억7950만 달러(약 6조833억 원)를 청구했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는 3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이 부실을 부풀리고, 금융당국이 각종 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해 인수를 승인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등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HSBC가 인수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이 인가해주지 않으면서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못했고,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하게 됐다. 론스타는 금융당국이 인가를 미뤄 매각 시점이 늦어지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하나금융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매각 승인을 정당하게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내려간 이유도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고, 정부는 매각 협상에 개입하거나 차별적으로 과세하지 않았다고도 반박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여러 쟁점 가운데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것은 공정ㆍ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머지는 중재판정부 관할이 없거나 국제법을 위반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의 청구가 대부분 기각되면서 6조 원대 배상금을 줘야 할 최악의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수천억 원의 배상금을 국민 혈세로 내야 한다. 약 730억 원을 이란의 다야니 가문에 배상해야 했던 사건과 달리 이번 론스타 사건에서는 국고를 들여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론스타 인수 과정에 엮인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에도 인수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여럿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법률 대리였던 김앤장 고문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도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에 있었다.

다만,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전혀 론스타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경제부총리로서 국회에서 2005년 이때 그러한 상황에 대해 제 소신도 얘기하고 답변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취소신청 등 후속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정부는 이번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피 같은 세금이 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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