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대검 차장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특수통’ 출신인 이 차장이 검찰 전반을 지휘하며 향후 전 정권 인사를 겨냥한 수사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이 차장을 후보자로 내정했다.
이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대검 수사지원과장과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제주지검장 등을 거쳤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한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차장은 다른 후보군들과 달리 ‘식물 총장’ 우려를 잠재울 적임자로 꼽혔다. 한 장관이 취임한 뒤 이 차장이 총장 직무대리로 검찰 인사에 관여하는 등 업무를 처리해온 만큼 ‘총장패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기수도 같고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만큼 두 사람의 호흡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기수가 낮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 차장이 임명된 뒤 연수원 24~26기 고검장 및 지검장들이 사표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경우 후속 인사를 또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자리는 전 정권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부담감이 큰 자리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전 정부 겨냥한 수사가 산적한 만큼 새로운 검찰총장은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대북 사건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장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정치적인 사건들이 쌓여 있다. 이 차장은 사건 수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정치 보복 수사’라는 비판도 마주해야 한다.
또한 9월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앞두고 수사 관련 매뉴얼 등 정비에 나서야 한다. 최근 법무부가 관련 법안의 취지를 거스르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해 검찰의 수사 범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검찰총장은 검찰 업무와 형사 절차 전반을 섬세하게 다듬어갈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로 지명된 이 차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며 국회 임명 동의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차장의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 차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지금의 야당이 크게 문제 삼을 만한 흠결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2019년 검찰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단장을 지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독려와 지시에 따라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현재 야당의 반발은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검찰 요직 ‘편중 인사’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과 가까운 특수통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