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개트윅공항·네덜란드 스키폴공항과 유사한 조치
미국 항공사, 조종사 부족에 소도시 공항 운항 중단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주요 허브 공항 중 하나인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은 오는 9월 11일까지 국제선 이용 승객을 하루 10만4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공항 측은 항공사들에 여름철 신규 항공권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히드로공항의 두 개 터미널에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승객이 몰려 공항 측이 항공사들에 61편 항공편을 취소하라고 통보한 직후 나왔다. 히드로공항이 이 같은 규모의 상한선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홀랜드 카예 히드로공항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의 공항 서비스는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형편없어졌다”며 “긴 대기 시간, 화물 분실 혹은 지연, 항공편 지연과 결항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히드로공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여름 휴가철에 일일 11만~12만 5000명 승객의 비행을 소화했으며 두바이 국제공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일 처리 승객이 많은 공항이었다.
하지만 몰려드는 승객을 감당할만한 인력이 부족하면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 데이터업체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월 초부터 히드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중 출발 예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취소된 항공편은 599편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299% 급증한 수치다. 이륙한 항공기 중 42.4%는 출발 지연을 겪었다. 이 역시 2019년(29%)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히드로공항 뿐만이 아니다. 런던의 또 다른 공항인 개트윅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도 비슷한 일일 승객 수 제한 조치를 내놨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동제한 여파에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나서 현재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규제 완화와 휴가철이 맞물려 폭증한 여행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항공사들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중소도시 노선 운영을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조종사 부족으로 아이오와주 더뷰크, 뉴욕주 아이슬립(Islip)과 이타카, 오하이오주 톨레도 등 일부 소도시 공항에 대한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도 일부 소규모 공항에 대한 운항을 축소하고 있다. 그간 해당 공항을 이용했던 승객들은 인근 대도시에 있는 국제공항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종사 부족으로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축소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연료비 증가와 임금 상승 압박에 수익성이 없는 노선에 대한 항공사의 운항 중단 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