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톱10’ 기업, 상반기 시총 258조 증발

입력 2022-07-03 10:00수정 2022-07-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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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개 기업, 시총 22% 감소
수익률 상위 기업은 ‘인플레’ 수혜주들
외국인 삼성전자 9조 원어치 팔고, 개인 15조 원 받고
증권가 “하반기 코스피 2200 갈 수도”

(고이란 기자 photoeran@)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지난해 유례없는 증시호황을 겪으며 상승했던 지수가 수직 낙하했다.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645.01포인트가 빠지면서 연초 대비 21.66% 하락했다. 코스피 상장 10위권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258조 원 날아갔다. 유가증권 시장 전체로는 376조 원이 증발했다. 외국인들은 금리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시총 상위 기업을 내다 팔았고, 개미들은 이들 종목을 주워 담았다.

하반기 시장은 더 암울하다. 하반기 첫날인 1일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2300선이 깨지며 불안한 첫발을 내디뎠다. 2021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어김없이 외국인은 이날 하루 34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52주 신저가 5만5900원)와 SK하이닉스(8만7100원)는 또다시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LG에너지솔루션(1일 종가 35만6000원)도 3월 신저가(35만5000원)에 근접했다.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 시총 22% 감소

올해 상반기에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기업(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네이버·현대차·삼성SDI·LG화학·기아·카카오)의 시총은 평균 22%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연초 469조 원에서 6월 말 340조 원으로 129조 원가량(27%) 감소했다. 상장 당시 시총 120조 원에 육박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87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SK하이닉스(-27조 원), 네이버(-22조 원), 카카오(-20조 원) 등도 시총이 크게 줄었다. 특히, 카카오의 시총 감소율은 -39%에 달하며 가장 컸다. 삼성SDI(-8조 원), LG화학(-7조 원), 현대차(-6조 원), 삼성바이오로직스(-4조 원), 기아(-2조 원) 등도 시총이 감소했다.

주가등락률로 살펴보면 기술주의 낙폭이 컸다. 카카오는 주가가 11만 원대에서 6만 원대로 내려오며 38% 하락했다. 네이버도 37만 원대에서 13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반도체주들은 약 30%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삼성전자는 연초 8만 원을 바라보다 5만 원대로 주저앉으며 2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31% 내렸다. 배터리주들의 낙폭도 만만치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일이었던 1월 27일 시가 59만7000원 대비 38% 내린 37만 원대로 떨어졌다. 삼성SDI도 연초 대비 19% 하락했다.

덩치 큰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관련주들은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난에 이어 서방국의 연이은 대러 제재가 에너지·곡물 등 가격 상승세를 확장시켰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코스피 기업은 신송홀딩스(229%)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 곡물 관련주로 분류되는 신송홀딩스를 비롯해 고려산업(174%), 샘표(55%) 등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원전주인 한신기계(160%), 전기·가스요금 관련주 삼천리(98%)·대성홀딩스(57%), 태양광 관련주 현대에너지솔루션(68%) 등 에너지주들도 주목받았다.

‘외국인’ 삼성전자 9조 원 팔 때 ‘개인’ 15조 원 주워 담고

올해 들어 연일 ‘팔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린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16조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9조230억 원), LG에너지솔루션(2조7570억 원), 네이버(1조5200억 원) 등 시총 상위 기업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시총 상위기업을 대량 순매수했다. 상반기 삼성전자를 15조1610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네이버(2조650억 원), 카카오(1조7710억 원) 등을 담았다. 우량주들의 주가가 저점이라고 판단하고 순매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총 상위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들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에도 손실을 복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가는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200대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증권사들의 7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는 신한금융투자 2200∼2500, KB증권 2230∼2450, 한국투자증권 2250∼2500, 키움증권 2250∼2550, 케이프투자증권 2250∼2520, 교보증권 2350∼2650 등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낮아지며, 7월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7월 주식시장은 비이성적 반응에 따라 추락한 주가가 적정가치 수준으로 복원되는 정도의 반등 장세를 기대한다”라며 “주가 회복을 지지하는 펀더멘탈 모멘텀 지원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고,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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