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vs. 러·중 ‘총성 없는 전쟁’…신냉전 도래에 짙어지는 경제 그림자

입력 2022-06-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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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합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명기해 중국 겨냥
러시아, 옛 소련권 연대 강화...중국, 동남아 공략
에너지·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엘마우/로이터연합뉴스
서방사회와 러시아·중국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신냉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 중국을 위협과 도전으로 규정하고 제재 고삐를 당겼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의 경계 움직임을 강력 비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세계 안보 지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폭제가 돼 서방과 ‘반미’ 연합으로 급격히 갈라지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세계 경제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7 정상회의는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당한 침략전쟁이라며 비난하고 전쟁 자금줄을 말리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가격 상한을 통해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도록 하고, 시장의 긴장을 완화한다는 목표다. 가격 상한을 지킬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 제공 금지를 해제하는 당근책도 거론되고 있다.

G7은 원유에 이어 가스 가격 상한제 논의에도 물꼬를 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두 번째 과제는 러시아 가스”라며 “가스관을 통하기 때문에 원유보다 절차가 더 간단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금 수입 금지 추진에도 합의했다. 금은 에너지에 이어 러시아의 2위 수출자원이다. 러시아의 2020년 기준 금 수출액은 190억 달러(약 24조6000억 원)로, 전 세계 금 수출의 5%를 차지한다.

G7은 공동성명에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한다’고 명시, 동·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중국도 겨냥했다.

G7 정상회의에 이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하는 나토 정상회의 역시 러시아와 중국이 견제 대상임을 분명히 할 예정이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전략개념’ 수정을 예고하면서 러시아·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28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연합뉴스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 지형을 흔든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밀착해 서방의 대러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경계심을 강화하자 두 국가도 맞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옛 소련권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타지키스탄을 방문했고 29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를 방문해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역시 미얀마를 방문,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노골적인 경고도 내놨다. 나토가 새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할 예정인 가운데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나토의 전략 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군사 동맹을 빙자해 ‘아태판 나토’를 만드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며 날을 세웠다.

서방과 러·중의 극한 대립으로 신냉전 체제가 가속화하면서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당장 에너지 시장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제프리 스콧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 연구원은 “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제재 수위를 올릴 경우 러시아가 가스 공급 완전 중단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G7이 러시아 원유 감소분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스는 다르다”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 완전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냉전 확산으로 가뜩이나 위태로운 글로벌 공급망이 더 붕괴될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서방과 러·중의 무역 및 투자 관계가 더 긴밀해진 상황에서 공급망이 이분화(서방 vs 러·중)되는 것은 세계 경제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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