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총 2조 달러 증발에도 겁먹지 말라는 이유

입력 2022-06-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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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고점 대비 70% 하락
가상화폐 담보 활용 적어
금융기관 투자도 낮아
가상화폐 시장 조정 오히려 긍정적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가상화폐 시장이 초토화됐다.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최고점 대비 70% 이상 빠진 상태로 심리적 저항선마저 무너졌다. 수개월 새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2조 달러 이상 증발한 가운데 실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화폐 가격 급락이 경기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총은 1조 달러를 밑돌게 됐다. 규모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 21조 달러, 주택 시장 43조 달러 대비 매우 적다. 그러나 미국 가계가 가상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고, 미국 성인의 16%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붕괴 후폭풍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 혼란이 미국 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가상화폐가 부채와 연관성이 낮다는 이유를 꼽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경제학자 조슈아 간스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담보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는 가상화폐 손실이 페이퍼상에 그친다는 의미로 경제 문제에서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전통 자산군은 상당 기간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에 담보물로 활용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변동성 때문에 이런 프로세스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간스는 “사람들이 가상화폐 구입을 위해 가상자산을 활용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상화폐 시장에 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출업체 대부분은 가상화폐 투자자 및 기업에 주로 대출을 실행했다. 가상화폐 가격 붕괴가 법정화폐인 달러 금융시스템으로 번질 위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간스는 “금융기관이 가상화폐 매도세에 크게 출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그렇게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기처럼 금융기관들이 도미노 붕괴에 엮여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청산으로 타격을 보기도 했지만 손실 규모는 미국 가계의 순자산 150조 달러에 비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가계에서 가상화폐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식 비중은 33%에 달한다.

월가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 조정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을 털어낼 수 있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가상화폐 자산 전략가인 알케시 샤는 “테라USD와 루나 같은 약한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는 가상화폐 전체 시장 건전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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