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채권, 금리인상·성장둔화·우크라 전쟁 ‘삼중고’…28년 만에 최악 손실

입력 2022-05-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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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벤치마크, 올해 수익률 -15%…1994년 이후 최악
뮤추얼펀드·ETF서 45조원 자금 유출
중국 금융시장에 매도세 집중

▲JP모건 ‘EMBI 글로벌 다각화지수’ 수익률 추이. 단위 %. ※매년 5월 25일까지 기준. 올해 마이너스(-) 15%.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신흥시장 채권이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삼중고로 인해 28년 만에 최악의 손실에 직면했다.

미국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벤치마크인 JP모건체이스의 ‘EMBI 글로벌 다각화지수’가 올 들어 지금까지 마이너스(-) 15% 수익률로 1994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신흥시장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연초부터 총 360억 달러(약 45조 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됐다. 신흥국 증시도 이달 초부터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에버딘자산관리의 브렛 디멘트 글로벌 신흥시장 채권 대표는 “ 신흥국 채권을 다룬 지 25년여 만에 이처럼 최악의 출발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아 공공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성장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재정적 혼란이 그들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을 가중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서 신흥국들의 유동성을 축소해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를 키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의 데이비드 하우너 신흥시장 전략·경제 부문 대표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금융당국이 그 정도에 계속 놀라고 있다는 것이 큰 그림”이라며 “이는 더 많은 긴축이 있을 것이고 중앙은행들이 경제나 시장이 일부 무너지기 전까지 이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경종을 울렸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신흥시장인 중국에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 자산이 글로벌 지수에 포함된 이후 지난 2년간 이른바 ‘소극적 유입’이 많았지만, 올해 그런 흐름이 역전돼 3월과 4월에 중국 채권시장에서 13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가고 주식에서는 5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조너선 포턴 IIF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포함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가혹한 봉쇄로 경기둔화가 한층 심해졌다”며 “올해 남은 기간 중국 시장에서 부정적인 자금 유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신흥국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헝가리 국채 가격은 올 들어 18% 하락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자원부국 브라질 국채는 달러 기준으로 16% 올랐다.

여전히 하우너 대표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퇴치에서 성장 촉진으로 관심을 전환할 때만 신흥시장 채권 하락세가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가을쯤에 그럴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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