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1300원 넘을까… 통화스와프 체결 목소리도

입력 2022-05-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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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 충격에 금융시장 불안 확산…“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조현호 기자 hyunho@)
원ㆍ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게 치솟으면서 1300원 돌파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미국의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종가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288.6원은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7.2원 오른 달러당 1282.5원에 출발해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장 중엔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129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사흘 동안 환율 변동 폭은 1∼2원 수준에 그쳤지만, 이날은 10원 이상 급등하며 변동 폭을 확대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기본적 배경이다.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난 게 이날 외환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외환·금융위기 시기가 아니면 역대로 도달한 적이 없었던 달러당 1300원 선 위로 오를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13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기는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앞으로 한 달간은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달러당 1300원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데다 이런 추세를 꺾을 만한 재료가 없는 상황이어서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당장 원화를 약세로 전환하기엔 동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에선 섣부른 개입 시도 시 외환보유고만 축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85억1000만 달러 줄어든 4493억 달러다. 2개월 연속 줄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정해진 건 없지만, 경제학계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직 IMF(국제통화기금) 등이 권고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IMF가 연간 수출액과 시중통화량, 유동외채, 외국인투자잔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약 6810억 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도 28%에 그친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성일종 정책위의장(국민의힘)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21일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아녀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장치를 만들면 외환 안정 등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ㆍ미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급격한 외화 유출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은 지난 2008년과 2020년 두 번 체결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돼 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2020년 3월엔 미국의 선제조치로 600억 달러 한도로 체결돼 다시 한번 위기를 넘겼다. 이 계약은 지난해 9월 말 종료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외환보유고는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에서 환율 위험이 크지 않다고 얘기하는 건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율이 1300원을 목전에 뒀다는 건 외환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이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으로 통화 스와프 체결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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