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창희 이사 “디지털 영향력 커진 광고, 새로운 시장 원칙이 필요하다”

입력 2021-07-15 13:43수정 2021-07-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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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빅4 최초 ‘미디어 인증 서비스’ 출범

14조 원 달하는 국내 광고 시장...세계 7위 규모지만 검증 서비스 미비

회계법인의 객관성·독립성 담보하면서 미디어 관련 전문성까지 갖춰

“코로나19 이후 혁신적 대응 필요...관행적 광고 집행 바뀌어야”

▲한창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one IFC빌딩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다매체 환경 속에서 디지털 광고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광고시장에도 신뢰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창희 딜로이트안진 회계감사본부 이사는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계법인 최초로 미디어 인ㆍ검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좋은 선례를 만들어 광고시장 투명성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 광고에도 투명성 요구한다”

지난달 딜로이트안진이 회계법인 빅4 최초로 '미디어컨설팅팀'을 출범했다. 기업의 광고집행 효율성과 매체별 예산 적합성을 평가하는 ‘미디어 인증(Media Assurance)’ 신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고ㆍ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광고 집행에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과거에 비해 중요해졌고, 효율적인 예산 활용을 위해서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각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도 공들였다. 회계사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 리서치 전문회사와 광고 대행사에서부터 이커머스(e-commerce) 분석, 광고비 최적화 검증 등 미디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20여 년간 제일기획 등 광고업계에서 활동한 한창희 이사도 올해 딜로이트안진에 합류하면서 전력을 다졌다.

그는 굵직한 광고 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한 ‘베테랑’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방송통신광고비 조사프로젝트 자문위원을 역임하면서 다수의 디지털 광고 효과 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합리적인 광고 예산을 설정하고 타겟 고객을 선정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그가 추구하는 미디어 서비스의 방향이다.

한 이사는 “국내보다 작은 규모의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디어 인증 서비스가 활성화됐다”며 “광고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괴리가 있다”며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광고주협회(WFA: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의 56개 주요 회원사의 2018년도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광고주의 90% 이상이 미디어 인증 서비스와 가격 검증에 대한 벤치마킹을 활용하고 있다.

또 81%가 정기적이거나 영구적인 미디어 인증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특히, 71%의 광고주가 미디어 가치의 객관적인 시각을 수립하는 데 이런 서비스가 필수적이라고 답하면서 미디어 인증 서비스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딜로이트AP를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와도 전략적으로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한 이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유통 채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면서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업계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비용을 쓰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최적의 광고비로 마케팅 효과까지 높인다면 효율성과 효과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챙길 수 있다”며 “(광고주들에게) 비용을 가장 많이 지불하는 미디어 분야에서 기업이 어떻게 비용을 집행하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스포츠 경기 심판 같은 역할 필요해”

회계법인은 말 그대로 주로 세무ㆍ재무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인이다. 딜로이트 안진이 세무ㆍ회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미디어 인증 서비스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배경 중 하나로 ‘투명성’을 꼽았다. 광고ㆍ마케팅 업계는 평가 지표가 명확하지 않고, 성과를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다 보니 비합리적인 관행대로 처리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광고 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어떤 광고주는 수수료가 비싸다고 하고, 어떤 광고주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토로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 정보 비대칭이 심하다 보니 시장 참여자 사이 신뢰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광고주가 얻을 수 있는 정보 소스 역시 대행사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스스로 적절성을 평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광고 시장에도 집행의 효율성과 적절성을 검토하는 ‘스포츠 경기 심판’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고주, 대행사, 매체(미디어) 등 어떤 이해관계에도 휩쓸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해당 산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ㆍ검증 업무를 하면 문제점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우리 미디어컨설팅팀이 각 분야 전문가 영입에 공들인 배경”이라며 “광고ㆍ미디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통계 전문가, 회계사 등 전문 인력들이 함께하면서 서비스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시장도 ‘ESG’ DNA 심어야”

▲한창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one IFC빌딩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국에서 미디어 인증 서비스는 이제 첫발을 뗐다. 딜로이트안진의 미디어 컨설팅팀은 광고 인ㆍ검증 외에도 시장 전략 컨설팅 사업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오랜 기간 소비자 관점에서 광고 효과를 고민했던 그답게 최근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분야로는 ‘고객 구매 여정(CDJ:Consumer Decision Journey)’을 꼽았다.

CDJ는 고객이 광고를 접한 뒤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경로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다양한 미디어를 거치기 때문에 경로가 복잡해지는 추세다. 한 이사는 “과정이 복잡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투자는 부족하다”며 “미지의 영역을 뚫기 위해선 CDJ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광고에도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힘줬다. 광고ㆍ마케팅 업계도 기업들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움직임에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근 WFA(세계광고주연맹)는 ‘플래닛 서약(Planet Pledge)’을 통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 수십억 명씩 개인과 연결되는 광고의 무게를 느끼고, 마케터들도 지속가능한 지구를 고민하자는 취지에서다.

그 역시 한국 광고 시장에도 ESG DNA를 심는 데 함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이사는 “글로벌 광고 시장 변화를 살펴보면, 환경 외에도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까지 마케팅 활동과 연관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우리(국내 시장)도 환경을 넘어서 ESG 전반으로 노력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계법인 최초의 미디어컨설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한국 광고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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