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거거익선] 아주 크거나 작거나…가전ㆍTV ‘거거익선’이 대세

입력 2021-05-01 09:00수정 2021-05-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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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전업계의 트렌드는 ‘거거익선(巨巨益善)’, ‘고고익선(高高益善)’,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크면 클수록 좋은 대형 가전·TV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에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부쩍 늘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능과 색상을 갖춘 가전제품이 살아남고 있다.

‘집콕’이 길어지니 클수록 좋더라…‘거거익선’

▲LG전자가 TV 사업 55주년을 맞아 내달 말까지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LG 올레드 TV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모델에 따라 다양한 구매 혜택을 제공한다. LG전자 모델들이 세계 최초 8K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을 못 가는 데다 집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아지자 과감하게 80인치 대형 TV를 구입했다. 집 공간에 비해 너무 큰 TV를 구매하는 것 같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집에서 TV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

국내 가전기업들은 코로나19로 본격적인 집콕 생활이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거거익선의 흐름을 알아채고, 대형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TV의 대형화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네오 QLED로 안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 8K 라인업은 85ㆍ75ㆍ65ㆍ55인치 4개 사이즈로, 4K는 85ㆍ75ㆍ65ㆍ55ㆍ50인치 5개 사이즈로 출시했다. 모두 50인치 이상의 대형 크기 TV다.

LG전자 역시 48인치부터 83인치까지 풀 라인업을 갖춘 올레드 에보(OLED evo)를 선보였다. LG전자는 고객 수요가 가장 많은 65인치와 55인치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또 4K 올레드 TV 가운데 가장 큰 83인치도 추가했다.

가전 업계의 또 다른 거거익선 성공사례는 건조기다. 삼성전자의 건조기 라인업(9·14·16·17㎏) 가운데 14kg 이상 대용량 모델의 판매 비중은 85%에서 94%까지 치솟았다. LG전자의 16kg 이상 대용량 제품 비중도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산 등으로 10년 만에 대호황을 맞은 국내 노트북 시장도 대화면이 대세다. 휴대성과 무게 등을 고려했을 때 몇 년 전만 해도 노트북 화면 기준은 13인치였다. 그러나 가정에서 사용할 때의 한계성 탓에 15~16인치를 비롯한 17인치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편,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가전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니 냉장고와 협탁 냉장고 등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40인치대 TV도 게임용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 라인업도 확대되고 있다. 소형 가전은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세컨드 가전으로도 꾸준히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비싸도 괜찮아…프리미엄 제품 인기 ‘고고익선’

▲삼성 뉴 셰프컬렉션 ‘마레 블루’ 패널 냉장고.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보복 소비가 늘면서 두드러진 현상은 프리미엄 가전의 호조다. 최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함께 프리미엄 가전과 TV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최고급 냉장고 라인인 뉴 셰프컬렉션의 작년 7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증가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700만 원 이상으로 최고가 모델은 1200만 원대에 달한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도 지난해 국내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컬럼형 냉장고·냉동고, 얼음정수기냉장고, 식기세척기는 3배가량, 전기오븐은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공략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는 1억 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의 해외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판매 대상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15개 국가다. 올 2월에는 중남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파나마 수도인 파나마시티에 프리미엄 브랜드샵을 열며 중남미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다양한 색깔·기능 갖춘 가전이 대세…‘다다익선’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비스포크 홈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최근의 가전제품은 일단 복잡한 기능이 섞여 있어야 살아남는 ‘난마불사(亂麻不死)’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AI와 IoT 등 다양한 기능은 TV와 세탁ㆍ건조기 등 거실ㆍ다용도실 가전을 넘어 주방가전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를 접목한 직화오븐을 선보였다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모드 순서와 온도를 자동 조절하고, 빅스비 음성명령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어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LG전자의 최신 얼음정수기 냉장고는 냉장실 내부에 3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보관 중인 식품을 인식하거나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가전의 색상도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가전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콘셉트를 생활가전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냉장고, 정수기, 세탁기, 건조기, 신발관리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에어컨, 청소기 등 제품 수만 17개에 달한다. 비스포크 패널에 선택할 수 있는 색상도 360여 개로 대폭 늘렸다.

LG전자도 고객이 다양한 재질과 색상을 직접 조합할 수 있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 오브제컬렉션을 올해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LG전자는 지난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빌트인 타입 냉장고, 김치 냉장고, 1도어 냉장·냉동·김치 컨버터블 냉장고, 식기세척기, 광파오븐, 정수기, 워시타워, 스타일러 등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LG 오브제컬렉션 신제품 11종을 출시했다. LG 오브제컬렉션 제품군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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