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쟁탈전...12일 회의 소집 미국의 전략은

입력 2021-04-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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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및 R&D에 대규모 투자
19개 글로벌 기업 백악관 화상회의 초청
삼성은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 참석…차량용 반도체 생산 압박 받을 듯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일본 등 동맹과 협력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대응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급망 재검토 지시에 이어 대규모 자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수장을 초청, 대응 방안도 모색한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시장을 아시아 국가들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주도권 회복을 위한 미국의 전략이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에서 12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주재로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 대응 화상회의가 개최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파운드리, 휴렛팩커드(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 글로벌 반도체와 자동차 대기업이 초청됐다. 백악관은 반도체를 포함, 미국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조치가 논의된다고 밝혔다.

삼성에서는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12일 회의에서 백악관이 삼성 측에 미국 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가 55%, 삼성 18%로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80% 가량에 달한다.

한때 미국은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였지만, 지난 15년간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 과정에서 TSMC와 삼성이 첨단 기술 분야에 선제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1년 30개 기업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했으나 생산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현재 TSMC, 인텔, 삼성 3곳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텔의 생산 공정은 TSMC와 삼성에 뒤처져 있다. 미라바우드증권 기술미디어통신 연구 책임자 네일 캠플링은 “대만과 한국이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웨이퍼 공정에서 선두자리를 꿰찼다”면서 “지난 20년간 정부의 정책 지원과 숙련된 노동자들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양사에 뒤지고 있지만 전체 분야로 넓혀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삼성과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을 지배하지만, 장비와 기계는 미국, 유럽,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BoA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상위 5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70%로, 그 중 3개사가 미국 기업이다. 나머지는 유럽과 일본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뒤지고 있는 생산 분야마저 주도권을 확보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야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대란이 이어지면서 심화됐다. 또한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위기의식을 키웠다. 아시아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미국은 우선 자국 내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둘 전망이다. 2월 24일 100일간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을 겨냥 “우리의 국익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중요 품목의 공급을 의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생산 및 연구ㆍ개발(R&D)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조 달러(약 22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반도체 생산과 연구에 5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을 위한 반도체 법안(CHIPS for America Act)’도 내놓고 의회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R&D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울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글로벌 기술정책 책임자는 “바이든 정부는 장기적으로 해외기업과 미국 업체들이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대만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또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확보의 다른 한 축으로 동맹과의 협력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이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목표는 대만 등 특정 지역에 생산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혁신센터의 지정학 전문가인 아비술 파라카시는 “미국은 공급망 방정식에서 중국을 제외할 생각”이라면서 “중국에 맞서 세계의 반도체 산업 지도를 재설계하려고 한다. 인공지능(AI)부터 반도체까지 핵심 부문이 지정학적 갈등에서 자유롭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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