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아파트도 평당 1억…거세진 '똘똘한 한 채' 쏠림

입력 2021-04-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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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7차 '80억' 신고가 거래
정부 다주택자 규제 '반사효과'
서울시장 선거發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도 반영

정부가 고가 주택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서울 중대형 아파트 선호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서울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 22억 돌파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상태이지만, 일부 강남 고가 아파트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4·7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주요 서울시장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언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시장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3월 서울 대형(전용면적 135㎡ 초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2억1786만 원으로, 처음으로 22억 원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가다.

서울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들어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21억1429만 원으로 21억 원을 넘어선 이후 올해 1월 21억6487만 원, 2월 21억9388만 원에 이어 3월 22억 원을 돌파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대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 전용 245㎡형은 5일 80억 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이 아파트의 직전 신고가는 지난해 10월 67억 원이었다. 6개월여 만에 13억 원이 오른 셈이다. 이는 전국에서 올해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과 동일한 매매가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3㎡형이 올해 2월 80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압구정동 일대 대형 아파트는 가격이 워낙 비싸 대출이 나오지 않는데도 매물을 잡으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대기 수요는 늘고 있는 데 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2차 아파트 전용 160㎡형도 같은날 54억3000만 원에 팔렸는데, 역시 신고가 거래다. 이 아파트의 경우 직전 신고가가 지난해 12월 기록한 42억5000만 원으로, 4개월 만에 11억8000만 원이 올랐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98㎡형이 지난달 4일 48억5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달 재건축 첫 관문인 1차 정밀 안전진단에 돌입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용 178㎡형도 최근 4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직전 신고가인 41억 원과 비교하면 4개월 새 1억5000만 원이 올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오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강변 35층 층수 규제 등을 시장 직권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강변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재건축 입주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이 일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합 설립 직전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신고가를 기록한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들 역시 조합 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245㎡형이 5일 80억 원에 매매되며 올해 전국 아파트 최고 매매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재건축 호재+'똘똘한 한 채' 선호…신고가 행진 이어져
향후 대형 고가아파트 집값 전망 놓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서울 강북권에선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대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0㎡형은 지난달 75억 원에 매매됐다. 한 달 전 세웠던 신고가(69억 원)를 경신했다.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형도 지난달 59억5000만 원의 신고가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지난해 10월 53억7000만 원이었다.

서울 대형 아파트값이 앞으로도 더 오를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수요가 여전한 데다 서울시장 선거 뒤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 대형 고가 아파트의 몸값은 더 치솟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강화 등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고 보유세 부담 증가가 예고된 상황에서 세금 과세 기준일인 6월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가격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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