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 대해부] ②집값 잡으려다 투기꾼 부른 '대토 보상'

입력 2021-04-01 05:00수정 2021-04-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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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보상금 유입 막으려 공동주택 용지 포함
원주민에 제도설명 부족…불법 전매업체까지 '기승'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에 있는 농지 전경. (이투데이DB)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토(代土) 보상'(토지 수용 대가로 인근의 토지를 주는 것) 제도가 또 다른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불법 전매업체까지 개입해 대토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

경기 광명ㆍ시흥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은 대규모 필지를 사들여 한 사람당 1000㎡ 이상 지분을 쪼개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이들이 대토 보상을 노리고 신도시 예정지 내 땅 투기를 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현행 보상제도에서 1000㎡ 이상 토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협의양도인 택지(토지 수용 대가로 받는 단독주택 용지나 아파트 입주권)를 받을 수 있어서다. 협의양도인 택지는 다른 대토와 달리 전매가 가능해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기 혐의자 대부분은 보상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이런 규정을 악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대토 보상 확대는 앞선 1~2기 신도시와 구별되는 3기 신도시만의 특징이다. 이전에는 대토로 상업 용지와 단독주택 용지만 받을 수 있었지만, 3기 신도시에선 공동주택 용지로 확대했다. 양도소득세 감면 폭도 15%에서 40%로 확대됐다. 토지 수용 대가로 현금 대신 땅과 집을 줘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000년대 중반 2기 신도시 보상금이 풀리면서 서울 강남 집값을 끌어올린 데 따른 교훈이다.

문제는 대토 보상 제도를 꿰고 있는 투기 세력과 달리 원주민에겐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 의장은 "공공주택지구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나 농민이 많아 대토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데 LH 등 시행자가 관련 설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별 주민대책위원회가 자체 설명회를 열고 있지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선 LH가 대토 관련 설명도 없이 대토 신청을 받으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보상대행업체까지 끼어들고 있다. 주민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대토 보상권을 전매하거나 신탁할 것을 종용하는 방식이다. 일부 LH 퇴직자도 보상대행업체를 차리고 보상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대토 보상권을 전매하면 3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토 보상에 필요한 기준을 재정비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편법으로 대토 보상을 받으려는 시도엔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주민들의 재산권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 참여권 보장을 통해 대토 배분 단계에서부터 합리적인 보상 기준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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