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잃은 미얀마 군경...압박 수위 높이는 국제사회

입력 2021-03-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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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시위로 54명 사망, 1700여명 구금
미국, 10억 달러 규모 미얀마 군부 계좌 동결
EU도 2억 유로 규모 지원책 중단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등 교민 엑소더스도

▲3일 미얀마 노스 오칼라파에서 시위 중이던 한 남성이 쓰러진 채 치료를 받고 있다. 노스 오칼라파/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경제 제재를 비롯한 실질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미얀마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 진압으로 미얀마 시민 최소 54명이 사망하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최소 54명이 사망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며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의 살인과 구금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엔은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하는 무기 금수와 경제 제재 검토에 나섰다.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위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전날에도 양곤과 노스 오칼라파, 탐웨, 인세인 등에 수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나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군경과 대치했다. 민주화 운동가인 마웅 사웅카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군사정권 하에 살아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하면서 추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도 점점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곳을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그동안 이들과 거래했던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가 보유한 10억 달러(약 1조1314억 원) 규모의 자국 계좌도 동결했다. 앞서 군부는 쿠데타 직후인 지난달 4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를 인출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도 경제 제재에 동참했다. EU는 이틀 전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TFA) 회의에서 “미얀마에 모든 개발 협력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4년간 집행위원회를 통해 2억 유로(약 2707억 원) 이상을 미얀마에 지원해 왔으며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모든 제품군에 대해 면세 권한을 제공했지만, 해당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엑소더스(대탈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 매체 VNA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에 거주 중이던 베트남 교민 390명이 베트남 항공편을 통해 귀국했다. 교민들은 다낭 공항에 도착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 시설로 이동했다.

지난달에는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하던 일본인들이 정부 주도 하에 직항편을 통해 귀국 행렬에 올랐고, 한국 역시 대한항공이 주 3회 양곤행 특별기를 운항하며 교민들의 귀국을 돕고 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현재 미얀마에 있는 교민들은 가능한 한 빠르게 떠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기 귀국을 요청하는 등 미얀마를 빠져 나가는 전 세계 시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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