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한탕?...모더나 이어 화이자 경영진도 자사주 매각 논란

입력 2020-11-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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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CEO·부사장, ‘백신 효과’ 발표 당일 자사주 매각
두 사람 모두 주가 상승과 관계없는 개인 재무 계획 일부 해명
모더나 CEO도 올해 50만 주 이상 처분…회사 주가는 4배 폭등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예방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한 9일 자사주를 대거 매각해 논란을 촉발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기대감에 시장이 열광하는 와중에 관련 제약사 경영진이 잇따라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각해 ‘한탕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날에 자사주 13만2508주를 주당 평균 41.94달러에 매각해 약 560만 달러(약 62억 원)를 손에 넣었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화이자는 9일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임상시험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해 당시 주가가 장중 최대 15%까지 폭등했다. 같은 날 화이자의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샐리 사스만도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180만 달러 어치를 팔아치웠다.

화이자 최고경영진 2명의 자사주 매각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화이자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두 사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0b5-1’ 규정에 의거해 주식을 처분했다. 이 규정은 내부자 거래 금지 조항에 저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시기나 주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를 설정하는 것이다. 상장사 임원들은 일반적으로 스톡옵션 형태로 상당한 보상을 받는데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이들 중 일부를 매각한다.

화이자 대변인은 “이번 주식 매각은 단지 임원들의 개인 재무 계획의 일부”라며 “불라 CEO는 8월, 사스만 CFO는 지난해 11월에 이미 주가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주식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화이자 최근 5거래일간 주가 추이. 11일(현지시간) 종가 38.50달러. 출처 마켓워치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 분명한데 경영진이 미리 주식을 처분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어드의 브라이언 스코니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직접적으로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간주돼 기업들이 가격 설정을 자유롭게 하기 힘들다. 또 많은 업체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 3상에 들어간 곳만 11곳에 달해서 화이자가 독점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스코니 애널리스트는 “불라 CEO의 주식 처분은 민간기업이 한 국가의 공중보건 역학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약물 개발에 뛰어들게 만드는 인센티브로 봐야 한다”며 “우리는 오히려 그에게 감사하면서 돈을 보내야 한다. 우리가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대부분 화이자 CEO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화이자처럼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 생명공학 업체 모더나는 스테판 밴슬 CEO 등 임원들이 올 봄과 여름에 보유하던 회사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당국의 면밀한 조사를 받았다. 밴슬 CEO는 올해 자사주를 50만 주 이상 팔았다.

모더나 주가는 올 들어 네 배 이상 폭등했다. 모더나도 이달 말 자사 백신에 대한 임상 3상 시험 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주가가 더 뛸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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