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바이든의 미국', 중국에 독일까 약일까

입력 2020-11-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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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관계자 “바이든 합리적, 무역합의 재협상 기회 노려”

▲류허 중국 부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15일 백악관에서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패하자 중국은 노골적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펜실베이니아주 승리 소식이 알려질 무렵 중국 인민일보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나는 이번 선거를 아주 많은 표차로 이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공유하며 ‘하하(haha)’라고 썼고,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는 모양의 이모티콘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및 기술기업 제재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테다. 당장 중국이 무역협상 재조정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합의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18개월에 걸친 관세 전쟁과 수개월이 걸린 협상 끝에 올 1월 1단계 무역협상을 체결했다. 협상에 따라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2017년 기준에서 2000억 달러(약 223조2000억 원)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해당 협상을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트럼프보다는 더 합리적이고 다자주의적인 리더라는 인식에 협상 재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은 바이든의 승리를 버거운 수입 목표와 대미 수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낮출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바이든이 재협상을 통해 상황을 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후이야오 중국세계화싱크탱크 센터장도 “바이든은 국제 관계를 다뤄본 경험이 있고 다자주의를 이해하고 있다”며 “합리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측 시각은 좀 다르다.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이 대중국 강경 기조를 낮출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계속될 것이고 중국의 무역합의 재협상 시도는 바람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벤자민 코스트르제바 미국무역대표부(USTR) 전 직원은 “바이든은 대중국 강경 모드를 유지하라는 강한 압박에 놓일 것”이라면서 “중국 관련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무역 및 투자 정책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스테판 올슨 힌리치 재단 연구원도 “바이든이 유세 과정에서 대중국 강경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이 1단계 무역협상을 재협상할 여지는 적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이 중국에 ‘물렁’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온 만큼 이를 입증하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대중국 강경 노선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노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중국이 기존 무역협정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지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산 농산품 구입 속도를 올렸지만 올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은 목표치의 5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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