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톱익스체인지’ 사태 재연에도 해외선 잠잠...일본 “이게 더 굴욕”

입력 2020-10-06 17:41수정 2020-10-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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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권거래소(TSE) 거래 정지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가량 지났음에도 일본 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 오류에 대한 반성도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 일본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2일(현지시간) 종일 거래 중단 하루 만에 다시 거래를 재개한 가운데 사진기자들이 대형 전광판에 나타난 지수 현황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1일 발생한 거래 정지 사태와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TSE의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는 후지쯔의 도키타 다카히토 사장은 해당 사고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외 반응에 더 주목했다. 사고 당일, 미국과 영국 일간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담담하게 관련 사실만 보도하는 데 그쳤고, 한국과 중국은 ‘추석’과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이어서 해당 뉴스가 거의 파묻혔다.

이에 대해 신문은 2006년 ‘라이브도어 쇼크’로 인한 거래 정지 사태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당시 일본 시장은 ‘도쿄스톱익스체인지’라는 오명을 쓰며 조롱거리가 됐는데, 이는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때와 달리, 이번 사태에 반응이 크지 않은 건 그만큼 일본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흥미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이후 외국인의 일본 주식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돈이 넘치는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일본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싸늘하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이 외면받게 된 원인으로는 우후죽순 늘어난 상장사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좀비기업들이 꼽힌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상장사 수가 7000개에서 4000개로 줄어든 반면, 일본은 400개 이상 증가해 현재 3800개가 넘는다.

특히 부실 지방은행 문제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도 심각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통상, 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그 나라 자본시장 안정성 및 성장성의 척도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TSE에 상장한 82개 은행주 중 PBR가 1배를 밑도는 곳이 81개에 달한다.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PBR는 1배가 안 되면 해당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좀비기업이 되는 것이다.

신문은 좀비기업을 퇴출해 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지 않으면 일본 시장의 신뢰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스마트폰 개발에 뒤처졌던 핀란드 간판 기업 노키아는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고 2015년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면서 통신장비업체로 기사회생했다. 이를 계기로 핀란드 정부는 기업 개혁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실업수당과 재교육 등을 지원하면서 노키아처럼 재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닛케이는 기업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과 어려움을 겪은 후 성장까지 고려한 정부의 안전망이 맞물려야만 가능한 것이었다며 일본에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에만 기댄 기업의 연명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공적 자금을 통한 정부의 안이한 구제는 기업을 포함한 일본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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