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왜 슈만인가'…백건우 "이제는 그를 이해한다"

입력 2020-10-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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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백건우와 슈만’으로 관객을 만난다. (사진제공=빈체로)
"이번 앨범으로 슈만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슈만과 함께 돌아온 소회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7일 도이치 그라모폰(DG)를 통해 슈만 음반 신보를 발매한 백건우는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백건우와 슈만'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2017년엔 베토벤, 2019년엔 쇼팽을 선택했던 그는 이날 '낭만음악의 대가' 로베르트 슈만에 빠져든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백건우는 슈만을 택한 이유에 대해 "특별히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있다"고 했다. 백건우는 젊을 때 슈만을 연주했던 것과 지금의 슈만을 연주하는 것의 차이로 '농도'를 꼽았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에게 슈만은 베토벤, 쇼팽, 브람스처럼 '머스트 레퍼토리'였고, 백건우에게도 그랬다. 이젠 다르다.

"슈만은 참 복잡한 삶을 살았어요. 스스로 짐을 싸서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슈만의 모습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음악이 다가왔어요. 왜 그가 자살을 시도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잘 몰랐어요. 스스로 도피했다고 이해했어요. 극에서 극을 왔다 갔다 했으니까 그만큼 힘들었을 테죠. 근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볼 수 없어요. 그의 곡을 보면 한 음 한 음 살아있거든요."

인간으로서 슈만의 삶은 순탄치 않았지만,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작곡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백건우는 이런 인간적 면모에도 끌렸다. 또 백건우에게 슈만은 '피아노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곡가'였다.

"슈만은 죽을 때까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생의 쓰라림이 가득했던 사람이에요. 이제는 슈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누군가의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의 대변인이 되는 일이죠. 그래서 연주합니다."

백건우는 슈만의 양면성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공개한 새 앨범은 두 장인데, 슈만의 내성적이면서도 광기에 젖은 두 자아를 상징하는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이라는 제목을 가진다. 백건우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양면성이 슈만에겐 창작 작업의 발동이 되었고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백건우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최진 감독도 참여했다. 최 감독은 앨범 후반 작업 중 '유령 변주곡'을 듣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냈던 때를 떠올렸다.

최 감독은 "감정이 무너져 내렸다"며 "선생님도 애써 눈물을 억누르시는 것 같았다. 슈만의 영혼이 조금 위로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어느덧 일흔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백건우는 여전히 악보를 통해 작곡가를 깊이 탐구한다. 음악의 힘은 악보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오히려 음악이 절실해졌습니다. 음악은 삶이 정말 살아있다는 걸 확인해줍니다. 음악은 단지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일이 아니에요. 인간 내면에 있는 어떤 힘을 끌어내 인생을 보다 명확하게 채워주는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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