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車 업계 온라인 판매 가속…토요타, 온라인 판매 도입하면서도 기존 딜러와 상생 추구
세계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에 나섰지만, 한국은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판매를 담당하던 기존 인력과의 갈등이 예상되면서다. 추후 이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온라인 자동차 판매의 국내 도입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23일 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유럽 전역에 사용될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올해 개발하고, 하반기부터는 독일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상담부터 출고까지 차의 모든 구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차종과 세부 사양을 선택한 뒤 결제를 끝내면 차가 집으로 배달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미 4월부터 인도와 미국에서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던 판매 채널을 확대 운영한 것이다.
기아차도 인도와 러시아에서 유사한 판매 시스템을 갖췄고, 제조사가 차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체 기아차 미국 딜러의 절반 이상이 이 플랫폼을 갖췄고, 올해 연말에는 비율이 8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세계 자동차 업계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차를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가 늘어나자 자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확대하거나 출범시켰다.
GM에 따르면 코로나19 봉쇄 기간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온라인 판매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자 차 업계에서는 기존 판매사원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구매 수요가 늘어나자 GM과 FCA 등의 자동차 딜러는 미국 전역에서 매장 직원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담당할 직원을 뽑고 있다.
반면, 기존 판매 사원과의 상생을 택한 곳도 있다. 토요타는 최근 일본에서 온라인 구매 지원 사이트 ‘마이 토요타(My Toyota)’를 확대 개편하면서도 기존 판매 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온라인으로 구매 상담을 제공하는 점은 타사와 유사하지만, 토요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채널 간에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기존 딜러와의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 자체 구독 서비스와 시승차를 활용한 서비스를 오프라인 딜러에게 맡기며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달 출시될 전기차 ID.3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폭스바겐 역시 기존 딜러를 통해 구매 상담과 시승,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볼보는 기존 오프라인 딜러에게 온라인 판매 채널을 맡기는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는 온라인 판매 활성화로 대리점과 영업사원의 수익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국내 차 업계에도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 판매 채널 도입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확대하면서도, 기존 딜러와의 상생까지 도모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판매 채널의 디지털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과 딜러와의 관계 설정이 완성차 업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도입과 관련해서는 기존 판매 담당 조합원의 고용 문제에 관한 해결책이 먼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