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이터’ 된 연준…고꾸라지던 증시도 살린다

입력 2020-06-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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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 시점에 회사채 매입 확대·기업대출프로그램 가동 발표로 반등 이끌어내…“파월 의장, 시장 2번이나 살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작년 말 별세한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다면, 현 의장인 제롬 파월은 ‘코로나 파이터’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파격적인 금융정책과 함께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이례적으로 정부에 과감한 재정지출을 촉구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와 증시에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2%, S&P500지수는 0.83% 각각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3% 올랐다.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이날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장중 760포인트 이상 빠지면서 지난 11일에 이어 또 한 차례의 폭락 장세를 예고했다.

이런 시장의 불안을 극적으로 잠재운 게 연준이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연준이 회사채 매입 확대와 기업대출프로그램 가동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호전돼 뉴욕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즉, 연준은 최근 며칠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시장을 예의주시하다가 가장 적절한 시점에 중요한 발표를 터뜨린 것이다. 연준이 코로나19에 대응할 카드가 많다는 점을 다시 과시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 15일(현지시간) 하루 변동 추이. 종가 2만5763.16. ※빨간색 선: 전날 종가. 출처 마켓워치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16일부터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통해 개별 회사채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매입은 시장 유동성과 대기업 신용을 뒷받침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연준은 유통시장을 뜻하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5년 이내 만기 회사채를 직접 사들일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SMCCF 계획을 공개한 지 거의 3개월 만에, 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 지 1개월 만에 이뤄졌다.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약속을 연준이 지키고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SMCCF 규모는 총 2500억 달러(약 302조 원)에 이른다. 발행시장에서 기업으로부터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는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최대 5000억 달러 기업 신용을 지원할 수 있다.

연준은 또 이날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창구인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SLP)’ 가동에 들어갔다. MSLP 실무를 담당하는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대출 접수를 시작한 것이다. 직원 1만50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대상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됐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지난달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파월과 고(故)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기질상 서로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파월은 볼커와 같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커는 1979~87년 연준 의장을 맡으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이름을 떨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파월 매직’이 다시 펼쳐졌다며 그는 절묘한 시기에 코로나19 대책 핵심인 채권 매입 발표를 통해 두 차례나 시장을 살렸다고 극찬했다.

첫 번째 매직은 지난 3월 투기등급 회사채인 정크본드 매입이라는 이례적인 방침을 표명, 주식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아마존닷컴이 3년 만기 회사채를 0.4%라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로 발행해 1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채권시장이 활기를 띤 것도 파월 매직의 효과다.

두 번째 매직은 코로나 2차 감염 폭발 우려로 흔들렸던 바로 이날 펼쳐졌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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