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發) 유가 폭락에 시달린 세계 에너지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에너지업체 중 하나인 영국 BP가 전 세계 인력의 14%에 해당하는 1만 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활동이 얼어 붙고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 4월 유가가 마이너스대로 폭락한 이후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원이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는 버는 것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인력 규모가 7만 명인 BP는 이번 감원 조치로 내년까지 비용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구조조정은 루니 CEO가 지난 2월 취임하면서 공언한 개혁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루니는 당시 2050년까지 순탄소 배출을 제로(0)로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땅에서 캐내는 석유와 가스의 탄소를 줄이고 상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BP 개혁’을 강조했다.
다른 에너지 회사들도 인력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형 석유회사 셰브론은 올해 안에 전체 인력 4만4000명 가운데 15%를 줄일 방침이다. 로열더치쉘도 4월 자발적인 퇴직을 통해 조직 규모를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석유 서비스 전문 기업인 슐룸베르거는 1분기 북미 지역에서 1500명을 해고했고, 지난달 에너지기업 핼리버튼도 휴스턴 본사에서 1000명을 감원했다.
오스왈드 클린트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상당한 인력 감원 없이 유가 침체기를 보낸 적은 없었다”면서 “다른 기업들의 감원도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