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세상에 단 1대…‘원-오프’ 모델의 세계

입력 2020-04-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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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전략 다양화를 위한 시험적 모델, '극과 극'이 만난 절묘함 눈길

▲BMW 고성능 2도어 쿠페 M3를 기반으로 한 스터디 모델 'M3 픽업' (사진제공=뉴스프레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어느 시대에서나 ‘프리미엄’을 두고 경쟁해 왔다.

반면 ‘고급차’라는 공통분모는 동일하되 이들이 추구해온 분야는 확연히 다르다. 벤츠가 승용차를 시작으로 트럭과 버스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면, BMW는 승용차와 SUV만으로 제품군을 꾸린다.

벤츠는 모든 자동차에서 최고급차를 지향하는 반면 BMW는 “트럭과 버스는 고급차가 될 수 없다”며 오로지 승용차에 집중하고 있다.

태생부터 고성능과 고급차라는 두 가지 명제를 앞세워 브랜드와 제품 전략을 추구해온 만큼, 제품군에 뚜렷한 경계선을 긋고 이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하면서 브랜드별로 제품 전략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출범한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도 애초 '세단'만 추구했다.

그러나 차종 다양화에 나선 경쟁사에 자극받아 CT 200h를 시작으로 처음 해치백을 내놨다. 이제 미니밴 시장까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처럼 철옹성처럼 지켜온 브랜드 전략을 탈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 분야의 노하우가 모자란 데다, 자칫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 앞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응이 좋다면 곧바로 시장성을 따져 해당 분야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거꾸로 반응이 차갑고 웃음거리가 돼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저 “양산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 반응을 살피는 데는 ‘원-오프(One-Off)’ 모델이 제격이다. 이미 나와 있는 차를 개조하면 비용도 훨씬 줄일 수 있다.

▲고급 SUV인 X7을 기반으로 한 픽업도 나왔다. 양산 계획이 없는 이른바 '원-오프' 모델이다. 완성차 메이커는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종종 이런 특화 모델을 선보이며 모니터링에 나선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고성능ㆍ럭셔리 픽업을 향한 BMW의 간 보기=BMW는 줄기차게 픽업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밑그림도 고성능 스포츠세단부터 럭셔리 대형 SUV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2019'에서는 단 1대만 생산한 원-오프 모델 'X7 픽업트럭'을 선보였다. 미국 고급 SUV 시장은 물론 중동 부호까지 겨냥한 플래그십 SUV X7을 기반으로, 개방형 적재함을 단 차다.

1~2열은 남겨둔 채 3열 공간을 화물칸으로 바꿨다. 적재함 길이만 1.4m에 달하고 화물칸 도어를 열면 최대 2m까지 확대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 행사에 맞춰 공개한 만큼 BMW ‘F 850 ​​GS'를 적재한 이미지도 공개했다.

이처럼 픽업트럭을 겨냥한 BMW의 이른바 ‘시장 반응 살피기’는 십수 년 째다.

지난 2011년에는 2도어 스포츠 쿠페 M3를 기반으로 픽업을 단 1대 선보였다. 이른바 ‘스터디 모델’이다.

BMW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고성능 또는 고급 SUV를 바탕으로 픽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 반응은 그저 “재밌네”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픽업'에 등극할 수 있었던 혼다 '시빅 타입R 프로젝트 P'. 혼다 영국 공장 엔지니어들이 만든 원-오프 스터디 모델이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가장 빠른 픽업, 혼다 시빅 타입R 프로젝트P=이처럼 '극과 극' 만나는 일은 유럽에서 자주 나온다. 고성능 차를 픽업트럭으로 개조하는 일도 많다.

현대차 벨로스터 N과 라이벌로 통하는 혼다의 시빅 타입 R도 픽업 버전이 나온 바 있다.

혼다 영국법인에서 선보인 타입 R 픽업은 고성능 5인승 해치백을 바탕으로 한 픽업이다. 1열 좌석을 남긴 채, 뒷부분을 개방형 적재함으로 바꿨다. ‘프로젝트 P’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타입 R 픽업도 1대만 나오고 양산 계획이 없는 ‘원-오프’ 모델이다.

엔진 역시 타입 R의 2.0 가솔린 터보가 바탕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65㎞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클래식 비틀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를 공개했다. 단종된 비틀이 전기차로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단종된 폭스바겐 비틀, 전기차로 부활=80여 년의 역사를 끝으로 지난해 단종한 폭스바겐 비틀이 전기차로 부활한다.

비틀은 나치 독일 시대였던 1938년, 독일 국민을 위한 대중차로 탄생했다. 둥글고 앙증맞은 디자인 덕에 80년 넘게 사랑받아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클래식 비틀은 잔 고장 없이 튼튼한 차로 이름나 있다. 초기에 공랭식 엔진을 얹은 덕이다.

자동차의 뜨거운 열을 물과 냉각기로 식히는 것이 아닌, 바람으로 냉각하는 만큼 부품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만큼 잔 고장도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말 내연기관을 얹고 다시 등장한 ‘뉴 비틀’은 판매 부진을 겪다 작년에 단종했다.

세상은 비틀의 단종을 아쉬워했으나 조만간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재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폭스바겐은 올드 비틀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를 공개했다. 세상에 단 1대밖에 없는 ‘e 비틀’이다.

80여 년 전, 공랭식 엔진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비틀이 21세기 들어 전기차로 부활하는 셈이다.

재규어 역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재규어 가운데 하나인 1960년식 E-타입을 바탕으로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여느 브랜드가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한 ‘원-오프’ 모델을 강조했지만, 재규어는 전기차 기반의 클래식 E-타입의 한정생산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호주법인이 지난해 공개한 스타렉스 고성능 N버전. 최근 등장한 제네시스 G80에 얹은 V6 3.5리터 람다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408마력을 낸다. 아쉽게도 양산 계획은 없다. (사진제공=현대차)

◇미니밴의 반란, 현대차 스타렉스 N=현대차는 고성능 N브랜드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미니밴 스타렉스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원-오프 모델을 제작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9월 현대차 호주법인은 고성능 N 버전으로 특화한 미니밴 스타렉스 N(현지명 i MAX N)을 공개했다. 8명의 레이서를 태우고 트랙을 멋지게 질주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엔진은 최근 등장한 제네시스 G80의 V6 3.5ℓ 람다 터보엔진을 얹었다. 양산 계획이 없는 스페셜 모델인 만큼 엔진 출력을 마음껏 끌어올려 408마력을 낸다. 반대로 배기가스와 연비까지 계산해야 하는 제네시스 G80은 최고출력을 380마력에 묶었다.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를 상징하는 푸른색 ‘퍼포먼스 블루’ 컬러를 바탕으로 19인치 휠 등을 갖춰 가장 빠른 미니밴으로 추앙받았다. 역시 양산 계획이 없는 원-오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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