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650개 이상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등록 -치료제 시장 선점 위해 개발 가속도 -다만, 부작용과 안정성 등 과학적 유효성 입증해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진 세계에 희망의 기운이 커지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로서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개발이 중단된 약이었던 만큼 다른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그 중 하나다. 17일 미국 증시에서는 길리어드의 주가는 10% 가까이 폭등했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유효했다는 보고서가 나온 덕분이다. 의학 전문 사이트 웹엠디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는 실험을 했는데, 약 68%의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유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함께 렘데시비르의 유효성을 언급, 유효성만 확인되면 의료 현장에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일본 후지필름홀딩스의 항인플루엔자 약 ‘아비간’도 일본과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 6월 말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이르면 연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로슈의 ‘악템라’와 프랑스 사노피의 ‘케브자라’ 등 관절염 치료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의 특유 증상이 중증 폐렴인데, 그 폐렴의 중증화를 억제하는 데 관절염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악템라는 9월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에서 올 가을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케브자라는 내년 3월 임상시험을 끝내고, 그 1~2개월 후에 승인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치료법도 응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뽑은 ‘혈장’을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이 미국 CSL베링과 개발을 진행, 연내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래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해 실용화하려면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기존 약을 활용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제약사와 연구소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기존 약과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희생자가 특히 많은 미국과 유럽은 치료제로서 유효성만 확인되면 신속하게 승인을 해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급한 승인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렘데시비르가 모두가 바라는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고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약물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잘못된 희망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유효성을 지켜보면서 부작용 위험과 공급능력을 신중해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