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최저임금 3.75배 인상했지만...월급으로 닭 두 마리도 못 사

입력 2019-10-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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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EPA연합뉴스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정부가 최저 임금을 3.75배 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은 월 4만 볼리바르에서 15만 볼리바르로 인상됐지만, 이는 고기 4kg을 사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여당 의원인 프란시스코 토레알바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전했다. 대통령 대신 여당 의원이 임금 인상 소식을 알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아울러 토레알바 의원은 노동자들에 15만 볼리바르의 식품 보조금도 지급된다고 덧붙였다. 15만 볼리바르는 공식 환율로는 7.6달러(약 9000원) 정도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 들어 이번까지 세 번째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생필품을 구매하기에 여전히 턱없는 수준이다.

9월 말 시점에 수도 카라카스의 슈퍼마켓에서 토마토가 1kg당 2만8000볼리바르에 판매됐다. 생닭 한 마리는 8만 볼리바르, 쌀 1㎏은 2만1000볼리바르, 옥수숫가루 1㎏은 2만4500볼리바르, 달걀 반 상자는 4만 볼리바르, 치즈 250g은 1만4500볼리바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최저임금이 15만 볼리바르로 올랐지만 그야말로 입에 풀 칠을 하기도 빠듯한 것이다.

그럼에도 독재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정권의 공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올 1월 시점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268만%를 기록하는 등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으나 9월에는 다소 진정돼 5만100%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물가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어 야당이 물가상승률을 폭로했다.

유엔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폐허가 된 민간 부문, 생필품 부족 등의 경제 위기로 인해 40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인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마두로 정권은 여섯 차례나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베네수엘라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졌다. 마두로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의 금융정책까지 동원,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려 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또 임금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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