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투표서 개헌안 부결…글로벌 시장, 혼란에 빠지나

입력 2016-12-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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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 작년 3월 이후 최저치 하락

4일(현지시간) 치른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개헌안 부결이 확실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어날 전망이다.

국민투표가 끝난 직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부결이 54~58%로, 찬성 42~46%를 크게 웃돌았다. 다른 언론매체와 여론조사업체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투표 종료 이후 1시간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패배를 인정하면서 총리 직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적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상원과 지방정부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에 나섰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하원과 총리의 권한이 너무 강해진다고 반발했다.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기 총선이 불가피한 가운데 시장은 좌파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북부리그가 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이념적 성향은 다르지만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입장은 같다.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열풍이 이탈리아에도 불 수 있는 것이다. 또 렌치 총리는 재정난에 빠진 이탈리아 은행권의 경영 재건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부재로 현지 은행들이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벌써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5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최대 1.4% 하락해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도쿄시간 기준 오전 9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8% 하락한 1.05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5일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1만8349.92로 개장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와 금에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는 0.8% 오른 120.13엔을 나타내고 있다. 금값은 1개월 만에 처음으로 2거래일 연속 상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싱가포르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 초반 최대 0.9% 오른 온스당 1188.18달러를 기록했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은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유럽 투표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는 잠재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구조적으로 취약한 현지 은행에 새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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