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쭉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곧 시작되는데 속초 알리기에 이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14일 강원도 속초시에서 만난 한 음식점 주인은 기자의 질문에 활짝 웃었다. 그는 뉴스를 보고 ‘포켓몬 고(Pokemon GO)’ 때문에 ‘속초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해외로 관광객들이 빠져나가며 휴가철 특수가 전만 못한 상황이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호재가 마냥 반갑다는 말을 수차례 덧붙였다.
속초 엑스포공원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포켓몬이 잡힌다는 소식이 게임 커뮤니티에서 소개되자 이곳은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됐다. 이날 역시 포켓몬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공원 전망대 앞에서 20대 청년 두 명을 만났다. 대학생인 이들은 서울에서 속초까지 ‘포켓몬 고’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원래 타고 오려고 한 서울발 속초행 버스는 모두 매진됐다고 기자에게 알려줬다. 때문에 강릉을 경유해 속초에 어렵사리 도착했다. 이들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오늘 저녁에 갈 예정이라 아쉽다며 “여유가 된다면 더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속초에는 난생처음 왔어요. 왜냐고요? 포켓몬 잡으려고요.” 속초 해수욕장에서 만난 미국인 닉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곳 속초가 포켓몬 성지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서 속초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3일 오후 속초에 도착한 그는 16일까지 이곳에서 머무를 예정이란다.
전국 각지에서 당일치기로 속초를 방문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새로운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몇몇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앞다퉈 ‘포켓몬 고 당일 셔틀버스’ 상품을 발 빠르게 내놓고 속초행을 유혹하고 있다.
지역 식당가와 상점들도 ‘포켓몬 고’ 특수를 기대했다. 속초 엑스포공원 인근의 한 편의점주는 “13일 이후, 평소 한적한 새벽에도 손님들이 제법 늘었다”고 말했다. 속초 해수욕장 인근의 한 펜션 주인은 “아직까지 예약 폭증 상황은 아니지만 포켓몬 고 뉴스가 잇따르면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숙박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포켓몬 고 열풍은 이색 아르바이트도 만들어 냈다. 가상게임이 현실경제를 창출해낸 셈이다. ‘1㎞=1000원, 알까드립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홍보에 한창인 김도용(25) 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포켓몬 고 베이비시터’라며 ‘알까기 알바’에 대해 소개했다.
인천에 사는 그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낸 뒤 곧장 속초로 달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갖고 있던 전동휠을 포켓몬 게임에 응용했다. 실제로 알바 첫날 오후 3시까지 5만 원 정도 수익을 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더운 날씨 속에도 전동휠에 올라 홍보에 한창이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이제 시작인 만큼 주말까지 계속할겁니다. 실제로 단체나 개인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구요. 잘 됐으면 해요”라고 말하며 다시 전동휠에 올랐다.
속초 포켓몬 명소를 둘러보니 어느덧 오후 6시. 기자가 떠날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포켓몬을 잡으러 속초를 찾은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포켓몬 트레이너는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당분간 속초는 여름 더위를 잊은 여행객들의 열기로 뜨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