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6, SCR 방식 제대로 이해하기

입력 2015-10-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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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6’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자동차, 아니 환경, 아니 시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들을 탓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차가 유로 6에 해당(앞으로 디젤엔진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포함)된다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다. 세계적인 환경문제라는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로 6의 핵심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질소산화물(NOx)을 유로 5 단계보다 더욱 줄이는 것이다. 유로 5는 킬로미터당 0.18그램까지 허용하는 단계였지만, 유로 6는 킬로미터당 0.08그램까지 줄여야 한다. 유로 5보다 50퍼센트 이상 질소산화물을 낮춰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마다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현 기술로써는 ‘SCR’ 방식이 질소산화물 제거에 있어서 가장 큰 효과(질소산화물 90퍼센트 이상 제거)를 보인다. 우선, 사용자(운전자)가 신경 써야(요소수 보충) 하기에 SCR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 선택적 촉매

SCR 방식은 ‘요소수’라고 불리는 액체를 별도의 탱크에 보충해야 한다(연료탱크에 넣는 방식이 아님. 마시면 안 되지만 죽지는 않음). 요소수는 요소 32.5퍼센트, 물(증류수) 67.5퍼센트의 비율의 혼합액. 그렇다면 요소수가 어떤 원리로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걸까?

요소에 열을 가하면 암모니아(NH3)로 변하게 된다. 오래된 화장실에서 풍기는 바로 그 냄새가 암모니아다. 요소에서 암모니아로 바뀐 후, 질소산화물을 만나게 된다. 암모니아는 질소산화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물과 질소로 변하게 되는 원리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90퍼센트 이상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요소수가 아닌 처음부터 암모니아를 넣으면? 암모니아 가스는 폭발성이 있기에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 고안해낸 게 요소수 방식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SCR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메이커가 메르세데스 벤츠, 푸조-시트로엥. 조금 더 쉬운 이해를 위해 푸조 모델에 들어간 SCR 방식 기준으로 설명을 이어가 보자.

요소수가 분사되는 조건은 배기온도 180도 이상. 물은 기화시키고, 요소는 열을 받아 암모니아로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SCR 촉매 안에 일정 농도의 암모니아를 유지해, 질소산화물과 화학반응을 준비한다. 물과 질소로 바뀐 후, 분진 필터를 거쳐 마지막으로 질소산화물 센서를 거치게 된다.

온도센서는 두 개가 들어간다. 첫 번째 센서는 배기매니폴드에 연결돼 연소실 온도를 추정한다. 연소실 온도를 추정하는 이유는 연소실 온도가 높을수록,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단계로 보면 된다. 두 번째 온도센서는 실제로 요소수를 분사해야 하는지 결정짓는 센서다.

질소산화물 센서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질소산화물이 어느 정도 제거됐는지 실시간 감시한다. 질소산화물이 설정값보다 높게 감지되면 촉매 안에 암모니아 농도가 부족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요소수를 추가로 분사한다.

SCR 방식을 싣기 위해서는 자동차마다 다르지만, 승용차의 경우 400만 원 정도의 가격상승이 생긴다. 대형트럭의 경우 1천만 원 이상 차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상승률 때문에 소형차에 SCR 방식을 얹기는 쉽지 않다. 보통 대형 고급 승용차나 상용차에 쓰인다.

국내에 들어온 푸조 모델 중 현재 유로 6를 만족시키는 모델은 308 하나. 소형차지만 가격이 비싼 SCR 방식을 얹었다. 푸조 308의 가격은 2천950만 원부터 시작하니, 차 가격의 10퍼센트가 SCR 시스템 가격인 셈. 푸조-시트로엥은 모든 유로 6엔진에 SCR 방식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SCR 방식은 왜 비쌀까? 쉽게 보면 요소수 탱크, 요소수를 분사하는 인젝터만 생각난다. SCR과 DPF(분진 필터)가 가장 비싸다. 그다음은 요소수 탱크다. 기름보일러에 등유를 보충할 때 사용하는 ‘말통’ 개념의 탱크가 아니다. 탱크 안에는 여러 개의 센서가 들어간다. 남은 요소수를 감지하는 센서, 인젝터까지 이동하는 파이프라인의 히팅라인, 각종 펌프 등도 필요하다. 또한, 분사를 위한 인젝터,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온도센서와 질소산화물 센서 등 생각보다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파이프라인의 히팅라인이 필요한 이유는 요소수가 영하 11도에서 얼기 시작하기 때문. 외부 온도센서에서 영하 11도 이하로 온도가 감지되면 ‘키 온’ 상태부터 히팅을 시작한다. ‘키 오프’ 시, 파이프라인에 남아있던 요소수는 다시 요소수 탱크 안으로 펌프가 빨아들인다. 파이프라인은 차 외부에 있어 겨울철에 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 보충

푸조 308의 경우 요소수 탱크용량은 18리터다. 탱크 안에 잔여량을 알려주는 센서는 6리터부터 감지한다. 계기판에는 탱크 안에 요소수가 6리터까지 남아있을 때 항상 ‘5천 킬로미터’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6리터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주행가능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요소수 보충했는데 5천 킬로미터밖에 못 가?”라고 생각지 마시길. 6리터 이상의 요소수가 있어도 6리터까지만 인식한다. 계기판 오른쪽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보면 요소수 관련 이미지가 나타나니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운전자가 수시로 확인하지 않아도, 남은 요소수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면 경고한다. ‘UREA’(요소) 문구와 이미지를 띄우고 몇 킬로미터 주행 가능한지 알려준다. 요소수량이 많이 줄어들면(메이커마다 다름) 주황색이었던 ‘UREA’가 붉은색으로 점등되면서 보충시기를 알려준다. 요소수가 없을 경우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가득 보충된 요소수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2만 킬로미터 정도다.  주행환경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년에 1만 5천 킬로미터에서 2만 킬로미터를 운행하니 1년에 1회 보충하는 셈.요소수의 가격은 리터당 1천200원 정도. 20리터(약 2만 4천원)이면 1년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그마저도 불편하다면 SCR 방식이 아닌 LNT 방식을 쓰면 된다.

LNT 방식은 얼마 전 큰 파장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이 쓰는 방식이다. BMW도 5시리즈같은 주력모델은 LNT 방식을 사용한다. 국산차는 승용모델 기준 올란도를 제외하면 전부 LNT 방식이다.(승합차인 그랜드 스타렉스도 SCR 방식)

LNT(Lean NOx Trap-희박 질소 촉매)

LNT 방식을 쉽게 설명하자면 필터 안에 질소산화물을 모은 후, 연료(디젤)를 태워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따라서 연료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효과는 70퍼센트 정도로 알려진다. EGR+LNT 방식으로 유로 6를 대응하는 메이커가 대부분이다.

LNT의 장점은 SCR보다 가격 상승이 현저히 낮다는 점. 시스템 설치를 위한 추가 공간이 크게 필요 없다는 점에서 2리터 미만 소형차에 주로 장착한다.

[푸조 308 요소수 주입구]

연료주입구 옆에 요소수 탱크가 자리한 자동차도 있으며, 대형상용차는 외부에 노출된 경우도 있다. 푸조 308는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옆에 자리한다. 검은색 마개를 열면 요소수 탱크의 마개가 나오는데, 열고 보충만 하면 끝.

유로 5에서 유로 6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해야 한다.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해도, 기존에 판매 중인 차에 설치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SCR 방식의 경우 연료탱크 크기 등 차체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SCR 방식을 염두에 두고 차체 설계를 하지 않는 이상, 기존 모델에 SCR 방식을 장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상용차의 경우는 그나마 크기 때문에 여유 공간이 있을지 몰라도 승용차, 특히 소형차일수록 추가설치는 힘들다.

SCR 방식은 메이커 입장에서 보면 비용상승과 시스템 설치공간으로 인해 부담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 역시 SCR 뿐이기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메이커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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