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에 인생의 ‘정도’ 배운 삼성 사장단

입력 2015-09-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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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장단이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사진> 9단에게 인생의 정도(正道)를 배웠다.

조 9단은 16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해 ‘바둑황제의 끝나지 않은 승부, 조훈현 바둑기사’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그는 만 4살에 바둑을 시작, 5살 때 서울로 바둑유학을 떠나 조남철 선생에게 바둑을 배웠다. 만 9살에 입단에 10살에 다시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나 당시 일본 바둑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고에 겐사쿠 아래서 바둑을 배웠다.

조 9단은 “세고에 선생은 바둑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였다”며 “선생과 바둑 3판을 두었는데, 그 자리에서 3판을 운 좋게 이기면서 제자로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세고에는 평생 3명의 제자만 둔 것으로 유명한데, 중국인 오청원, 일본인 하시모토, 한국인 조훈현이 그의 유일한 제자들이다.

조 9단은 “세고에 선생이 바둑을 가르치면서 강조한게 바둑 정신인데, ‘사람을 배워라 사람이 돼라’ 이런 가르침을 줬다”며 “바둑을 두며 내기 바둑은 절대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9단은 스승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강요에 못이겨 내기 바둑을 둬 스승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일본에서 선배들의 요구에 100엔짜리 내기 바둑을 했는데, 6판을 내리 이기며 소문이 돌아 이 일이 스승의 귀에도 들어갔다”며 “이 사실을 안 스승이 ‘바둑 정신을 지키지 못했으니 제자로 있을 자격이 없다’고 파문시켜 쫓겨났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달간 선배와 친구 집을 떠돌며 고생하다 다시 세고에 스승 아래로 들어간 조 9단은 당시 바둑정신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조 9단은 훗날 세고에 스승이 한국을 방문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스승이 10년 만에 제자를 보겠다고 한국을 찾아온다고 해서 여행 계획을 세웠지만, 2박 3일 동안 바둑만 두다 돌아가셨다”며 “스승께서 하시는 말씀이 ‘10년동안 바둑이 썩었으면 야단치려고 했는데 썩지는 않았구나’라고 얘기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인생좌우명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조 9단은 자신의 바둑인생 이야기를 펼치며 사장단에 바둑정신을 강조했다. 먼저 사람이 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종양이 발견된 걸 계기로 해서 다시 한 번 스승의 정신을 기려야겠다 생각해서 책을 내고 했다”면서 “사람이 되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조 9단은 최근 첫 에세이집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출간했다. 책을 통해 그는 정상과 밑바닥을 여러번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조언을 건네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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