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현장을 가다] SK하이닉스 ‘연탄 나눔’… 한파 녹이고 온정 채우고

입력 2014-12-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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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역 독거노인·기초수급자 찾아… 올해도 연탄 7000장 전달

▲김지영(오른쪽) 본지 산업부 기자가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시 송정동에서 SK하이닉스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해 임직원들과 연탄을 옮기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무표정이었던 할아버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할아버지의 눈이 향한 곳은 대문 안마당 한 편에 쌓여있는 1000장의 연탄 더미. 불과 몇 시간 전 건조한 표정으로 봉사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할아버지는 얼굴에 연신 웃음을 머금고 “올 겨울은 걱정없다”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잡초로 뒤덮였던 마당과 고장난 수도꼭지, 위험에 노출돼 있던 전선 등 집안 곳곳에 도움의 손길이 닿으면서 할아버지의 을씨년스러웠던 보금자리는 온기가 느껴지는 러브하우스로 재탄생했다.

◇노사가 함께하는 봉사활동 =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한 것은 SK하이닉스 노사가 함께 진행한 ‘사랑의 연탄 나눔행사’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지역사회 독거노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연탄배달과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총 7가구에 연탄 7000장을 지원했다.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 송정동 김 할아버지 집 앞에는 연탄배탈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SK하이닉스 직원 20여명이 모였다. 노사 합동 봉사활동인 만큼 현장에는 회사 직원들을 비롯한 기업문화본부장, 청주지원본부장, 이천노조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직원들은 봉사활동을 잘 마무리하자는 파이팅을 외친 뒤 세 조로 나뉘어 일사분란하게 할아버지 집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봉사 1조는 큰 낫을 손에 들고 마당에 수북이 쌓인 잡조 제거를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한 기운이 도는 날씨였지만 직원들의 이마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슬땀이 맺혔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던 탓에 잡초를 베는 일이 쉽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된 낫질에 마당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잡초를 제거하는 이유는 겨울에 내린 눈으로 땅이 미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시간여 동안 숙였던 허리를 핀 한 직원은 “잡초 위에 눈이 내리면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땅이 미끄러워진다”며 “낮에는 괜찮지만 어두운 밤에는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할아버지가 넘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낫질을 마친 뒤 땅에 남은 작은 잡초들을 일일이 손으로 정리했다.

마당에서 잡초 제거 작업이 끝나갈 즈음 할아버지의 집 내부에서는 봉사 2조 여성 직원들의 정리 신공이 발휘됐다. 오랜 기간 혼자 지내온 할아버지의 집안은 불필요한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다. 회사원이자 주부인 여성 직원들은 능숙하게 버릴 물건과 사용할 물건을 분리하고 집안을 정리·정돈했다.

한편 부엌 쪽에서는 생활편의를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한겨울 추운 날씨로 동파 위험이 있는 수도관을 정비하고, 피복이 벗겨져 화재 위험이 있었던 외부 전선들은 새로운 전선으로 교체했다.

마당 한 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집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부인도 자식도 없이, 불편한 몸으로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왔다”면서 “집안을 치우고 수도나 전기, 가스 등을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니 고맙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깨끗해진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가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시 송정동에서 열렸다. 임직원들이 엄기완씨 댁을 청소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추운 마음 채워준 연탄 1000장 = 이어 올 겨울 할아버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연탄 나르기가 시작됐다. 직원들은 익숙한 듯 연탄이 실려있는 트럭에서부터 집 안까지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연탄을 나를 진용을 갖췄다. 연탄을 나를 때 가장 힘든 자리인 트럭 앞과 연탄 보관소 앞에는 베테랑 직원이 자리했다.

처음 연탄을 손에 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감에 힘들었지만 이내 리듬이 생기며 속도가 붙었다. 연탄 나르기의 핵심은 서로 간의 호흡이다. 연탄을 받고, 받은 연탄을 주는 것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양 옆의 사람과 리듬이 맞지 않으면 연탄을 떨어뜨리기 일쑤다. 한 조직에서 긴 시간 함께 일하고 봉사활동을 같이해 온 만큼 직원들의 호흡은 최고였다. 트럭 한가득이었던 연탄은 눈 깜짝할 사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집안 청소와 연탄 나르기 등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2시간여 정도가 흐르자 곳곳에 힘들어 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직원들은 준비한 과일과 빵을 먹으며 나머지 연탄 500여장을 나르기 위한 힘을 재충전했다.

다시 시작된 연탄 나르기. 직원들은 아까보다 한층 활기찬 분위기에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달리 직원들의 얼굴은 거뭇거뭇해졌다. 미세한 연탄가루가 얼굴에 한 꺼풀 내려앉았기 때문. 어떤 직원들은 일부러 볼 한 쪽에 연탄을 묻히며 다른 직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중천에 있던 해가 저물 무렵, 트럭 위에서 연탄을 집게로 집어 주던 직원이 “이제 20장입니다”라고 외쳤다. 연탄 나르기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인 것. 약 2시간 동안 고정된 자세로 연탄 옮기기를 계속했던 탓에 손목은 물론 다리와 어깨가 아파왔던 찰나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옆의 직원은 “20장 남았다면 이제 100장 정도 남은 거예요”라며 아직 멀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그 직원의 외침 뒤 30분이 흐른 후에야 연탄 나르기가 종료됐다.

▲김지영 이투데이 산업부 기자가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송정동에서 SK하이닉스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해 임직원들과 연탄을 옮기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직원들은 작업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뒤로 젖히고, 어깨를 돌리고, 바닥에 앉으며 굳은 몸을 풀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실제로 3시간여 동안 진행된 봉사활동 내내 직원들 사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매년 지역사회 독거노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줘온 만큼 직원들은 봉사활동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뒷짐을 진 채 연탄 보관소 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마지막 1장의 연탄이 놓이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집 단장을 마친 후 직원들은 할아버지에게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했다.

처음 할아버지 집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텅빈 연탄 창고와 잡초로 뒤덮인 마당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3시간여 만에 20여명의 직원들은 할아버지의 연탄창고는 물론 마음까지 가득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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